▲폴 브로카뷔베르 출판사
가문의 영광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는 폴 브로카는 필립의 외증조부이다. 필립이 증조부를 직접 알았을 리는 없지만, 어려서부터 그의 이야기를 귀가 따갑게 들었을 것은 분명하다.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난다"는 속담을 실천한 필립은 시골뜨기 폴 브로카가 파리에서 대학을 다니며 부모님에게 보낸 편지들부터, 연구할 때 사용했던 현미경이며, 출판한 책들, 심지어 그의 사망 신고서까지 차곡차곡 챙겨 보관하고 있다.
증손자 필립은 가문의 기억 속에 우뚝 서 있을 폴 브로카의 생애와 연구들을 자랑스럽고 살가운 마음으로 복원해 놓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브로카의 업적들은 더욱 실감이 난다. 그의 책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의학사에서 단 몇 줄로 처리될 "브로카 영역"이라는 단어에 살이 붙고 피가 도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9세기의 향연이 시작된다.
두뇌는 다른 신체 기관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여전히 비밀에 쌓여 있다. 두뇌 연구의 초기였던 19세기에는 뇌손상 장애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오늘날에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통해서, 베일에 쌓인 뇌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어쨌든, 뇌는 좌반구와 우반구로 나뉘어 있고, 각 부분에는 전두엽, 후두엽, 측두엽, 두정엽이 있다. 전두엽에는 사유 작용이나 개념을 수립하는 기능, 감정을 통제하는 기능이 있다. 후두엽에는 시각을 담당하는 기능이 있으며, 측두엽에는 소리나 언어를 해독하는 기능(베르니케 영역)과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이 있다. 두정엽은 움직임, 방향 감각, 계산 혹은 재인식을 담당한다. 브로카 영역은 그림에서 보다시피 전두엽 아래쪽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