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신영복 교수는 자신이 직접 붓글씨로 쓴 문익환 목사의 시를 낭독해 주변에 관심을 모았다.손기영
행사장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문익환 목사는 영원히 우리 가슴에 살아계시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며, "여기에 오지 못한 분들에게도 그의 아름다운 노랫말이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80년대 민청학련 사건의 주인공이자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었던 김근태 의원은 “나보다 감옥에 더 많이 가신 분이고 민주화와 통일에 대한 열망을 거침없이 몸으로 보여주신 분”이라며, 그의 생전모습을 회상했다.
늦봄 시낭송의 첫 무대는 고은 시인이 열었다. 그는 문익환 목사의 대표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를 낭송하며 “문익환 목사께서 이 시를 새벽녘에 직접 짓고, 전화를 걸어 내게 가장 먼저 들려주었다. 나는 이 시의 최초 청자였다”며 감회를 나타냈다.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밤을 낮으로 낮을 밤으로 뒤 바꾸는 일이라고
하늘을 땅으로 땅을 하늘로 뒤엎는 일이라고
맨발로 바위를 걷어차 무너뜨리고
그 속에 묻히는 일이라고
넋만은 살아 자유의 깃발로 드높이 나부끼는 일이라고
벽을 문이라고 지르고 나가야 하는
이 땅에서 오늘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중략)
-문익환 '잠꼬대 아닌 잠꼬대'
열정적인 고은 시인의 시낭송이 이어지자 성당 한 편에 자리한 80년대 학생운동의 대표주자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졌다. 임 의원은 지난 날 학생운동 현장에서 만난 문익환 목사를 떠올리며,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던 학생들에게 목사님은 정신적 스승과 같은 존재였고 그의 시는 영혼을 일깨워 주는 아름다운 노랫말이었다. 특히 문익환 목사가 생전 꿈꿔온 통일에 대한 잠꼬대가 남북관계의 순풍을 타고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것 같아 오늘 이자리가 훈훈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수호 전 민주노총위원장, 지선 스님,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시 낭송이 이어졌으며,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는 자신이 직접 붓글씨로 쓴 시를 낭독해 주변에 관심을 모았다.
이번 행사와 함께 다음 달 3일에는 늦봄 문익환 목사의 시비 제막식이 경의선 도라산역에서 치러진다. 늦봄 시비의 제작을 맞은 임옥상 화백은 “민주화와 통일의 열망을 담은 그의 노랫말이 공간의 뼈대가 되는 형상으로 제작했으며, 누구든지 다가와 기댈 수 있는 정자와 같은 곳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문익환 목사 그는 우리시대 진정한 민주화 운동가였으며, 누구보다 민족통일에 앞장섰다. 또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따뜻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종교인으로서 문익환을 함께 기억한다.
올해로 문익환 목사가 세상을 떠난 지 13년이 되어간다. 비록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왔고 독재정부 하에서 부정되어온 민족통일의 기운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가 바라온 노랫말처럼 ‘늦봄의 정신’은 이르진 않지만 조금씩 세상을 변화시키며, 우리들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