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 더 커져야 합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 '삼성전자 LCD총괄 탕정자원봉사센터' 김성철씨

등록 2007.05.16 13:53수정 2007.05.1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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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자매학교 어린이들과 점프 공연을 관람한 뒤 아이들과 사진촬영하고 있는 김성철 차장.

자매학교 어린이들과 점프 공연을 관람한 뒤 아이들과 사진촬영하고 있는 김성철 차장. ⓒ 삼성전자 탕정공장

명칭도 거창한 '대통령직속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소속 '아산시 사회복지협의체'의 기업체 인사로는 유일하게 실무위원, 서울시민이면서 아산시의 '주민자치 위원'….


충남 아산시에 있는 삼성전자 LCD총괄 탕정사업장(아래 탕정사업장) 탕정자원봉사센터 차장인 김성철(45)씨가 갖고 있는 직책입니다. 그는 NGO의 시민활동가 못지않은 헌신적인 자세로 지역과 주민을 위해 뛰는 활동가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기업이 지역에서 해야 할 사회공헌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진정한 사회공헌은 지역의 아이들을 잘 키워 지역의 기업에 입사시켜서 부모와 함께 살게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부모를 도와 농사를 돕도록 하는 것이 꿈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주민과 같이 사는 방법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연구하게 되지요."

탕정사업장은 이 지역 학생들이 고교를 졸업한 후 입사를 희망할 경우 시험에서 가산점을 준다고 합니다. 지역 학생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지역민들을 도울 때 조심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합니다.

"봉사활동비의 대부분은 회사에서 지원합니다만 선심성, 선물성 돈은 지원되지 않습니다. 봉사가 돈과 결부되면 의존심만 높아질 뿐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전의 일이라고 합니다. 회사 내 한 부서가 어려운 한 가정을 도왔습니다. 사글세로 반지하에서 시어머니와 딸 넷, 아들을 부양하고 사는 50대 아주머니는 낮엔 식당에서, 밤엔 건물청소를 하면서 힘겹게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부서 직원들이 매월 40∼50만원을 모아 전달했습니다. 그런 이후 아주머니는 일자리 하나를 그만두더니 직원들에게 세탁기를 사 달라, 책상을 사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은 돕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 지원금을 직접 주지 않고 대신 주택자금을 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집안 환경을 개선해주고 자녀들의 공부를 지도해 주었습니다. 딸 두 명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봉사를 지속하다가, 취직해 자립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봉사를 중단했습니다. 그 즈음부터 결연 가정의 아이들에게 현금 지원 대신에 적금을 부어 공부를 마칠 때까지 쓸 수 있도록 방향을 바꿨다고 합니다.

기업과 지역이 상생해야만 하는 이유

a 삼성전자는 매월 2회 사랑의 달리기 매칭 펀드를 통해 직원 5천원, 회사 5천원을 적립한 기금으로 시유지를 사들였다. 그리고 매년 1만포기의 배추를 지역주민과 함께 심고 가꾸어 거둬들인 뒤 사원, 공무원, 지역주민들과 함께 30톤가량의 김치를 담궈 각 읍면동의 불우이웃들에 전달하게 한다.

삼성전자는 매월 2회 사랑의 달리기 매칭 펀드를 통해 직원 5천원, 회사 5천원을 적립한 기금으로 시유지를 사들였다. 그리고 매년 1만포기의 배추를 지역주민과 함께 심고 가꾸어 거둬들인 뒤 사원, 공무원, 지역주민들과 함께 30톤가량의 김치를 담궈 각 읍면동의 불우이웃들에 전달하게 한다. ⓒ 삼성전자 탕정공장

"예전에는 기업의 봉사란 자선사업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사회공헌이란 개념으로 발전하여 봉사활동에 치중하였다면, 지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제로 확대 해석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더 커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아산시의 고령화를 지켜보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노인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합니다.

2006년 2월 뜻을 같이 하는 한국지역사회복리회의 최성원(56) 회장을 만나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아산시의 '도고 세계 꽃식물원'에 콩나물공장을 세우기로 하고, 꽃식물원과 아산농업기술센터에서는 기술자문을, 전체적인 운영은 사회복지법인 한국지역사회복리회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 차장은 운영방법과 발전계획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한편, 삼성전자는 소방 및 안전, 위생인력 등을 지원하고,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콩나물을 천안과 탕정사업장에서 구매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이 공장은 2년간 1000명 이상의 노인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합니다. 그는 이보다 더 큰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농촌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입니다. 콩나물 공장으로 인해 지역 노인들은 비교적 경작이 쉬운 콩을 심어 공장에 납품하여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아산시장은 지역학교의 급식에도 이 공장의 콩나물을 사도록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와 함께 탕정사업장은 쌀과 김치 등을 지역에서 구입하도록 했습니다. 직원들이 질이 나쁘다고 불평하면 판매처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품질을 높이도록 유도했습니다. 그 결과 김치 맛이 좋아졌고, 그로 인해 삼성에 납품한다고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김치공장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 사업장에서 하루 소모하는 쌀값만 해도 500만원이에요. 식당은 계열사 업체에서 운영하는데 쌀은 아산시에서 구입해야 한다고 하니까 쌀값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거예요. 그래서 전국의 쌀을 전부 직접 사다 현미경으로 모두 검사를 했어요. 그래서 쌀의 질은 도정과정이 좌우한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금방 도정한 쌀로 밥을 하면 매우 기름지고 맛이 좋아요. 그래서 농협과 협상, 도정한 지 일주일 이내의 쌀을 사겠다고 했죠. 그러자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고, 또 삼성이 구입한다고 하니까 다른 곳에서 이용하는 등 수익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그는 기업과 지역이 상생해야만 하는 이유를 "기업이 세금만 많이 낸다고 역할을 다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역사회에 문제가 많아 직원들이 다른 회사로 옮겨 간다면 기업은 어디에서 훌륭한 노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겠습니까? 기업과 지역사회는 더불어 성장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하더군요.

최성원 회장은 김성철 차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합니다.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도전적으로 일하고 있는 분"이라면서 "사회복지, 교육, 문화예술, 체육과 각종 시민단체 등 폭넓은 대인관계망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해박한 지식으로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말합니다.

장래옥(36) 아산시 기초푸드뱅크 사회복지사는 "아산 지역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고, 지역발전에 대한 욕심이 있고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합니다.

시간이 없어 봉사활동 못한다고? 그건 핑계일 뿐

a 후원금 모금을 위한 사랑의 달리기

후원금 모금을 위한 사랑의 달리기 ⓒ 삼성전자 탕정공장

김성철 차장은 1987년에 입사, 1994년 회사에 사회봉사단이 만들어지면서 발령을 받아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20년 직장생활 중 절반이 넘도록 사회공헌 업무를 맡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 마구잡이로 일을 했다고 합니다. 당시엔 인식이 낮아 '왜 기업이 밖에 나가 이런 일을 하느냐? 차라리 돈이나 벌지'하는 등 이해해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봉사 활동하는 부서와 하지 않는 부서 간에 생산력과 조직력에서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봉사활동, 취미활동을 하는 부서가 'fun'이 높다는 것입니다.

"직원들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자매결연 노인을 찾아뵙고 청소하고 장판, 벽지 바꿔 드리는 등 환경을 개선해 드리는 정도로 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삼겹살 사 가지고 가서 함께 구워먹고 목욕탕도 함께 가곤 해요. 이제는 지나가다 밥 먹고 싶으면 들어가서 밥도 얻어먹고 오는 정도지요."

김 차장은 시간이 없어서 봉사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핑계로 여기더군요. 그래서 그런 직원들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으로 봉사하자는 방송인 정애리씨의 권유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직접 찾아뵙지 못하면 전화하는 봉사도 있어요. 어르신들에게 일주일에 2∼3회 전화해서 말벗이 되어 드리고, 아프시면 사회복지사나 보건소에 연계해서 치료받게 해 드릴 수 있거든요."

덧붙이는 글 | 지난 4월 18일 현장 취재와 5월 3일, 9일 전화와 이메일 취재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기업을 칭찬하기 참 어려운 풍토입니다. 겉으론 좋은 일을 하는 척 하면서 뒤로는 반사회적 행위를 저지르는 두 얼굴의 기업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기업에 대한 불신이 많이 쌓인 것 같습니다.  

16여 년 동안 사회단체(현재는 민간혈액원인 '대한산업보건협회 부설 한마음혈액원'에서 대외협력국장으로 일함)에서 일한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상당수 대기업들의 사회봉사는 일회성, 홍보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LCD총괄 탕정사업장과 그 곳에서 일하는 김성철씨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써보았습니다. 

삼성전자 탕정사업장과 김성철씨는 사회봉사 및 지역주민 돕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열매를 맺을 때까지 꾸준히 한다는 평가 그리고, 그에 대한 감동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를 통해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 4월 18일 현장 취재와 5월 3일, 9일 전화와 이메일 취재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기업을 칭찬하기 참 어려운 풍토입니다. 겉으론 좋은 일을 하는 척 하면서 뒤로는 반사회적 행위를 저지르는 두 얼굴의 기업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기업에 대한 불신이 많이 쌓인 것 같습니다.  

16여 년 동안 사회단체(현재는 민간혈액원인 '대한산업보건협회 부설 한마음혈액원'에서 대외협력국장으로 일함)에서 일한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상당수 대기업들의 사회봉사는 일회성, 홍보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LCD총괄 탕정사업장과 그 곳에서 일하는 김성철씨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써보았습니다. 

삼성전자 탕정사업장과 김성철씨는 사회봉사 및 지역주민 돕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열매를 맺을 때까지 꾸준히 한다는 평가 그리고, 그에 대한 감동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를 통해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삼성전자 LCD총괄 탕정자원봉사센터 #김성철 #사회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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