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자연주의에 빠지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등록 2007.05.16 10:40수정 2007.05.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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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스
제조업체 사장인 김지숙(40)씨는 소위 말하는 ‘자연주의자’다. 흙을 밟고 살고 싶다는 욕심에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경기도 일산으로 이사했다.

그의 생활 원칙은 가족에게 가공식품은 절대 먹이지 않고, 자동차를 1주일에 3번 이상 운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인 세 명의 아이들과 주말농장을 찾고, 싱싱한 유기농 재료를 매일 아침 배달 받아 상을 차린다.

쓰레기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 그는 전단지며 이면지 모은 것을 묶어 아이들 노트를 직접 만들어 준다. 아이들도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배어 전기를 아껴 쓰고 피자와 햄버거도 찾지 않는다.

방송작가로 일하는 송미진(33)씨의 고향은 경상북도 울진군에 있는 시골 마을이다. 드넓은 풀밭에서 맨발로 뛰어놀고, 봄이면 산에서 나물이며 더덕을 캤던 유년의 좋은 기억들은 그를 자연주의자로 만들었다. 각박한 서울 생활 속에서도 그는 틈틈이 시골을 찾아 자연과 함께한다.

1달에 한 번 절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템플스테이를 하기도 하며 농번기가 되면 월차를 내 농촌 일손을 돕고 오기도 한다. 그는 자연에서 보내는 며칠이 도시에서 몇 달 동안 활력 있게 살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해준다고 말했다.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삶, 로하스(LOHAS) 열풍이 여성의 삶에 영향을 미치면서 친자연주의를 선호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친환경 용품을 사용하고 유기농 식재료를 선호하며 자연과 가까이 하고 싶은 갈증을 해소하기도 한다.

시장에서는 이런 여성들의 선호도를 파악하고 친자연주의를 표방한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최근 코오롱스포츠는 대나무로 만든 아웃도어복을 출시했고, 리바이스는 유기농 면으로 만든 의류를 내놓아 호평을 얻고 있다.


자연주의 꼬리표를 달면 화장품의 매출도 늘어난다. 아모레퍼시픽의 마몽드, 더페이스샵, 스킨푸드는 일찌감치 '자연주의 화장품'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우고 판매 전략을 짜 해마다 5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문을 여는 레스토랑들은 실내를 넓히기보다는 테라스를 만들고 나무를 심는 데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유기농 재료가 아니면 여성들에게 주목을 끌지 못할 정도다. 자연주의 소비족보다 더 적극적인 여성들은 아예 귀농을 하거나 집은 시골에 두고 일만 도시에서 하는 출퇴근 전원생활을 하기도 한다.


순천대학교의 조사 자료에 의하면 1999년부터 2004년 사이 귀농 인구 중 30대가 42.8%, 40대는 27%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층이 귀농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연 농촌정보문화센터 정보문화팀장은 “귀농을 하는 가정들은 대부분 주부, 곧 여성이 원해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성들이 살면서 익힌 뿌리 깊은 자연주의 의식이 귀농을 이끄는 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최근 조사 자료에 의하면 귀농 원인으로는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서’가 38% , ‘도시 이탈을 위해’ 28% 순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원생활은 결코 만만한 게 아니다. 맑은 공기, 여유로운 삶, 정을 주고받는 이웃 등 전원생활이 주는 혜택만 기대하고 선택한 자연주의 삶은 실패할 수 있다. 도시 생활자들에겐 당장 불편한 생활시설, 이웃과의 소통 문제, 절대 녹록찮은 농사일 등 어려움이 도처에 있기 때문이다.

강대구 순천대학교 농업교육학과 교수는 “단순히 자연과 가까이 살고 싶은 마음에 준비 없이 귀농을 하면 실패할 위험이 있다”면서 “농촌은 공동체 문화이기 때문에 도시에서 살 때보다 사람들과 화합하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자연 속 하루, 가까이있었네

전국의 주말농장이 본격적으로 개장한 가운데 서울 근교의 한 주말농장에서 어린이들이 상추 모종을 심고 있다. 문화일보DB
전국의 주말농장이 본격적으로 개장한 가운데 서울 근교의 한 주말농장에서 어린이들이 상추 모종을 심고 있다. 문화일보DB문화일보 DB
‘내 집 앞에 마당이 있으면 좋겠다.’

복잡한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꾸는 꿈이다. 특히 최근 불고 있는 웰빙 열풍으로 쾌적한 환경, 건강한 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막상 일상을 훌훌 털어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 때문에 도심 곳곳에 도시를 떠나지 않고도 자연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되고 있다.

▲ 직접 가꾸는 ‘주말농장’= 주말농장은 1년 단위로 분양받아 전원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시 근교의 소규모 농지로 최근 주말이나 휴일 가족나들이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전국의 주말농장은 200여곳. 각 시·도 농업기술센터나 지역별 농협, 기타 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이 많으며 최근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곳도 증가하는 추세다.

보통 4인 가족 기준으로 5~10평을 분양받을 수 있으며 임대료는 수도권의 경우 평당 1만~2만원선, 기타 지역은 3000~1만원선이다. 특히 기존의 주말농장이 채소나 과일 재배를 주로 했다면 최근에는 동물 키우기를 비롯해 쌀 재배 등으로 활동 내용도 다양해졌다.

서울 강남구 ‘자곡주말농장’은 도심에 위치해 있지만 시골 풍경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는 곳. 농장이 자리한 자곡동은 주민 대부분이 텃밭을 가꾸고 있어서 농촌 마을의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다. 봄철에는 상추, 치커리, 열무, 배추, 쑥갓, 근대, 겨자, 고추, 가지, 토마토 등을 키우고 가을철에는 배추, 무, 총각무, 갓 등을 심는다. (02)451-6149

서울 서초구의 ‘프로폴리스 양봉원’에서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 파묻혀 텃밭도 가꾸고 양봉 체험도 할 수 있다. 양봉법은 농장주가 별도의 교육을 통해 알려주므로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으며, 벌꿀 10되 이상 수확 시 로열젤리와 화분까지 채취할 수 있다. 5~6월이 적기다. (02)577-0963

서울 도봉산 자락에 있는 1000평 규모의 ‘초록향기 주말농장’은 지하철 도봉산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정원용 울타리를 둘러친 가정적 분위기가 특징. 수락산, 원도봉산 등 서울 명산과 가까워 주말에 등산을 마치고 밭에서 뽑은 상추로 쌈밥을 차려 먹을 수 있다. 바비큐 시설을 갖춰 가족이 여름 저녁을 보내기에 좋도록 했다. (031)383-5364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하늘농원’은 배 농장이다. 배나무 250그루를 분양 중인데 20만원을 내면 1년간 배나무 5그루가 온전히 내 것이 된다. 5월 말 열매를 솎고 봉지로 싸주는 등 실제 과수원 농사 체험을 할 수 있으며 농기구도 제공한다. 배는 9∼10월에 수확하는데 추석에 선물하기 좋게 포장 용품과 상자들을 원가에 공급한다. (02)2647-8784

▲도심 속 야외정원= 최근에는 굳이 멀리까지 발걸음을 하지 않고도 자연을 배경 삼아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는 곳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 레스토랑은 도심 한가운데 야외 정원을 갖추고 자연이 그리운 사람들을 유혹한다.

서울 청담동에 있는 와인바 ‘베라짜노’는 겨울이면 정원에서 군고구마를 구워주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지난해 봄부터는 바비큐 시설을 갖춰 정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로와 떨어진 독립적인 위치에 있는 정원인 만큼 매연, 소음과도 완벽히 차단돼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와 와인을 즐길 수 있다. (02)517-3274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게코스가든’은 서울 이태원에 있어 내국인보다 외국인들에게 더 인기가 높은 프렌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자연미를 그대로 살린 1층 정원에는 건물 3층 높이의 향나무가 있고 2층 옥상에는 정원이 꾸며져 있어 풀 냄새가 가득하다. 매일 밤 스페인식 일품 메뉴인 타파스가 제공되는 1층 정원은 늘 단체 손님으로 북적대는 곳. (02)790-0540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 9층에 있는 야외정원 ‘하늘공원’은 한강과 올림픽대교의 경관을 즐기려는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건물의 중간 옥상에 해당하는 1000여평 공간에 나무와 잔디를 심고 분수대와 조각으로 장식했다. 한강과 불과 200여미터 떨어져 있어 강바람과 봄 햇살을 동시에 즐기기에 알맞은 장소다.
#여성 #우먼 #자연 #자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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