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해군기지 최우선 대상지로 서귀포시 강정지역이 결정되자 도민대책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제주의 소리
셋째,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공동체의 파괴다. 한국사회 공공갈등의 경우 결국 가장 심한 피해를 보는 것은 특정 정책 집행지로 선정된 공동체 주민들이다.
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행정기관이 공공갈등이 생길 경우 주로 목소리 큰 반대 집단을 상대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공동체 내에서 소리 없이 증폭되는 주민들 사이의 갈등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들은 공동체 내에서 찬-반 입장이 가열돼 공동체가 파괴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최우선 대상지로 선정된 강정지역이 있는 서귀포 대천동의 경우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 56.0%' '반대 34.4%' '중립/모름 9.6%'였다. 주목할 것은 '중립/모름'이라고 응답한 주민들이 거의 10%에 달한다는 것이다. 즉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해군기지 문제를 자신들의 상황에서 정확히 파악하고 입장을 정리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와 전국 차원에서 첨예한 갈등이 심화되고 반대 캠페인이 확산될 경우 이들 주민들도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압력을 받게 될 것이고 결국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로 공동체 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파괴된 공동체는 명분과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정서상 다시 회복하기가 힘들다.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공동체 파괴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갈등이 악화되기 전에, 그리고 제1 당사자인 주민들의 이해와 우려가 정치적 입장과 구호에 묻혀 버리기 전에 현 상태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중화시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찬성과 반대에 따른 대결 양상을 희석시키는 것으로 제주도가 지금이라도 양측 의견 모두를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입장에서 그리고 제주도 전체의 입장에서, 그리고 나아가 국가 전체와 제주도의 관계 속에서 문제를 심사숙고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분명 찬성과 반대의 입장은 존재하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것을 옳고 그름의 문제로 몰아가지는 말아야 하며 주민들이 상황의 진전에 따라 찬성과 반대 입장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고민할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둘째, 제주도는 공식 입장을 이미 밝혔다는 명분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이라도 주민들이 문제를 자세히 이해하고 자신과 제주도 전체의 입장에서 해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토론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토론의 자리는 찬성과 반대 의견은 물론 중립적인 목소리까지 수용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어야 한다.
찬성주민들, 반대주민들, 시민단체 등등 다양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실질적 경제 효과, 개인적 사회적 득과 실, 제주도의 미래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하기보다 허심탄회하게 모든 상황을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제주도가 이런 전향적인 태도와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제주도가 심각한 갈등의 현장이 되는 것을 막고 제주도 주민들이 서로 반목하게 되는 상황을 방지하게 위해서다.
누가 뭐래도 당사자는 제주도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