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옥
지난해 9월에 꽃무릇 보러 간다고 전남 영광 불갑산 산행을 나설 때도 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비가 몹시 내렸다. 그때 고생했던 기억이 자꾸 떠올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접하면서 산행을 갈까 말까 망설였다.
제법 굵은 빗방울이 계속 뚝뚝 떨어졌다. 연분홍 산철쭉들이 비에 젖어 후줄근했다. 질퍽질퍽하고 안개까지 뿌옇게 낀 산길을 걸어가는 내 기분도 후줄근했다. 사실 그날은 동요를 부르는 '철부지'의 남기용 선생님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내는 날이었다.
지난 10일 밤에 남기용 선생님이 암으로 결국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나는 가까이 지내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창원에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었다. 남선생님은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분이었다.
오랜 세월 신장염을 앓아 온 아내를 사랑으로 병 수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순수 우리말 또한 끔찍이 아끼던 분으로 하모니카를 신나게 곁들이며 행복한 노래를 부르던 그의 얼굴을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