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사학법 개정에 반발해서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는 사학재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장이 열린 한 학교 앞 모습. 한 학생이 교문밖에서 벌어지는 몸싸움을 지켜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사람들이 나의 직업을 물으면 난 '교사'라고 대답한다. '스승'이라고 하지 않는다.
'스승'은 제자가 부르는 용어이다. 어버이라는 말을 자식이 사용하는 것처럼, 스승은 '제자 중심성'의 말이다. 제자가 존경하는 스승을 찾아뵙고 그 고마움을 전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그런 '존경과 감사'는 마음에서 우러나야 하고 그것은 누가 강요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존경하는 마음은, 어느 날만 '반짝'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또 그래서도 안된다.
어버이날을 만들어놓고 그날 하루만으로 모든 효도를 '몰아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처럼 스승의 날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 날 하루만이라도 '스승을 생각하고 존경과 감사를 표하자'는 취지를 모르는 바 아니나, 그럴 정도로 사제간의 관계를 '매어두기' 어렵다면 차라리 그 끈은 놓아버리는 것이 낫다.
거듭 말하거니와, 존경하는 마음은 '날을 지정하여' 생기는 것도 아니고, '캠페인'으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스승이라는 말은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를 왜곡하고 자본주의 교육 모순을 은폐하는 것에도 이용된다. 교사와 학생은 대등한 인격체로서 상호 의존적 존재이자 동지이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교사와 학생은 교육 속에서 서로 돕고 상호 발전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되는' 스승'이라는 말은 너무 무겁다. 그림자도 밟지 않고서야 무슨 교학상장이 되겠는가?
교사를 소외시키는 스승의 날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가르치는 것은 현실을 창조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적 방안들을 학생들과 서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스승'이라는 말은 답답하다. 시민 학생들과는 뭔가 다른 '인격형' 속에 교사들을 가두고 이를 강요하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은 다른 '인격형'을 갖고 학생들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다.
교사들에게 제자의 방문은 큰 기쁨이다. 존재의 이유를 확인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자가 '챙겨주어야만' 하는 스승의 날은 교사들에게는 또 하나의 소외다.
차라리 '교사의 날'이라면 어떨까?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정담도 나누고 동료 교사들끼리 한 판 잔치라도 편하게 벌일 수 있지 않을까? 노동자의 날을 통해 노동자 자신의 자긍심과 권리의식을 고양하듯, 교사의 날을 통해 교사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높여 좀 더 질높은 교육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말없이 5000원을 쥐어주며 아침밥을 챙겨 먹으라던 그 분의 온기를 '하루'만 떠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루만이라도' 떠올려 보라면 너무 착잡한 일일 것이다. 스승의 날을 없애는 것은 진정한 사제간의 관계를 복원하는 '창조적 파괴'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스승의 날을 없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