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이가 고물을 줍게 된 사연?

착한 다빈이에게 떡꼬치를 하나 더 줘야겠습니다

등록 2007.05.14 10:48수정 2007.05.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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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가명)이는 초등학교 5학년입니다. 하지만 5학년이라고 하기에는 마음이 너무 여리고 순수해서 이 험한 세상을 어찌 헤쳐 나갈까 하고 엄마가 늘 걱정하는 아이랍니다.


얼마 전에 인천 우리 동네와 인근 동네에서 떠들썩한 뉴스로 장식했던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지요. 짐을 들어달라며 아이들을 유인하여 승합차에 태워 성폭행을 했다는 사건이었지요.

그래서 엄마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또 방과 후면 데리러 가곤 했습니다. 그리고 다빈이 엄마와 우리들은 함께 모여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켰습니다.

"모르는 아저씨가 차에 타라고 하면 절대 타면 안 되고 짐을 들어달라고 해도 절대 들어주면 안 돼. 얼마 전에 5학년 여자 아이가 나쁜 아저씨 짐을 들어줬는데 아저씨가 나쁜 짓을 했데."
심각하게 듣고 있던 다빈이가 엄마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엄마, 그러면 나는 5학년이라고 하지 않고 4학년이라고 그럴게요. 그러면 아저씨가 그냥 보내주겠죠?"

듣고 있던 엄마들은 웃느라 모두 뒤로 넘어졌습니다. 이렇게 순수한 아이들을 성폭행하고, 성추행하는 인간들이 있다는 것이 어른의 한사람으로써 아이에게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 착한 다빈이가 어른들을 울렸습니다. 지난겨울, 학교만 끝나면 다빈이가 사라졌습니다. 엄마는 하나 밖에 없는 딸이 밖에 나가서 들어오지 않아 애를 태우는데 다빈이가 많은 시간을 밖에서 보내는 날이 많아져 물었습니다.


"다빈아, 도대체 밖에 나가서 뭐하는데 이렇게 늦게 들어오니?"
그러자 다빈이가 대답했습니다.
"엄마, 크리스마스에 할아버지 드릴 선물을 준비하고 있어요."
"할아버지 선물? 할아버지 선물을 밖에서 준비하니? 도대체 할아버지 선물이 뭔데?"
다빈이는 심각하게 대답했습니다.
"고물 백 개요."

다빈이 할아버지는 아침이면 늘 리어카를 끌고 고물을 주우러 나가십니다. 다빈이 엄마는 지난해 몸이 아파 수술을 했고, 아빠도 갑상선이 심해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할아버지는 고물을 줍기 시작했습니다.


다빈이는 그런 할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고물이라고 판단을 했고 아이는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주겠다며 고물을 주우러 다녔습니다. 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듣고 다빈이를 예뻐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결국 엄마의 만류로 다빈이는 고물 줍기를 중단했지만 그 마음을 받은 할아버지는 많이 행복하셨겠지요. 늘 채워도, 채워도 부족하다고 아우성인 어른들은 다빈이의 순진한 마음을 조금만 따라갈 수 있다면 세상은 너무나 행복할 텐데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빈이는 내 떡볶이 가게에 오면 꼭 300원짜리 떡꼬치를 먹는데 예쁘고 착한 다빈이에게 오늘은 덤으로 떡꼬치를 하나 더 줘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라디오 프로에도 보낼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라디오 프로에도 보낼 생각입니다.
#떡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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