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 간 김승연 회장 "오히려 홀가분하다"

"사식넣지 말라, 유치장 룰대로 따르라" 지시

등록 2007.05.13 17:54수정 2007.05.1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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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폭행'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1일 밤 남대문 경찰서 유치장에 구속 수감되고 있다.
'보복폭행'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1일 밤 남대문 경찰서 유치장에 구속 수감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11일 밤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돼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3일 오전 "유치장에 들어온게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지금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며 가족의 면회조차 거부한 김 회장은 이날 변호사를 만난 자리에서 "유치된 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보복폭행'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마음고생은 심했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날 밤 '대국민 사과문'에서도 "국민여러분의 호된 질책과 분노에 괴로워하며 깊은 회한과 참회의 날들을 보내야 했다"고 후회했다.

구금된 지 이틀 만인 이날 오전부터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 회장은 유치장 생활에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다. 김 회장은 변호인들을 통해 별도의 특권을 요구하지 말라는 지시도 내렸다.

채정석 한화그룹 법무실장은 "김 회장을 만나러 갔더니 자신의 심정을 이야기하면서 사식 같은 것도 넣지 말라고 했다"며 "아침 저녁을 여기서 주는 밥을 먹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또 "변호사들이 접견하러 올 때도 유치장을 운영하는 룰에 따르라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달 24일 이후 '보복폭행' 파문이 확산되자 충격과 불안으로 심신이 쇠약해진 상태다. 채 실장은 "조사를 받지 않는 동안 김 회장은 유치장 안에서 계속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김 회장이 청계산 공사장에서 전기충격기와 쇠파이프 등 흉기를 사용했는지, 김 비서실장 등 직원들을 통해 조직폭력배를 동원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변호사와 함께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 회장이 영장실질심사에서 인정한 폭행 외에 흉기나 조폭 동원 혐의를 인정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차남 동원씨 친구, 경찰 자진 출석... 증언 확보 기대


'보복폭행'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1일 밤 구속 수감된 남대문 경찰서. 앞으로 경찰은 최대 10일간 보강수사를 벌여 김 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보복폭행'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1일 밤 구속 수감된 남대문 경찰서. 앞으로 경찰은 최대 10일간 보강수사를 벌여 김 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편 '보복폭행' 현장의 유일한 제3자이자 목격자로 경찰 추적을 받아온 차남 김동원(22)씨의 친구 이아무개(22)씨도 이날 오후 남대문경찰서로 자진출석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남대문경찰서는 "이씨가 오후 1시께 경찰서로 나와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3월 8일 청담동 G가라오케와 청계산 공사장, 북창동 S클럽에 김 회장 부자와 동행했다. 따라서 흉기 사용과 조폭 동원 등 의혹에 대해 중요한 증언이 나올 것으로 경찰은 기대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이씨가 지난 24일 '보복폭행' 사건 보도 직후 자취를 감췄다가 18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경위도 조사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사건의 주요 목격자인 이씨가 잠적하자 "수사 결과 피의자 도피, 증인 은닉, 폭행 지시, 피해자 회유 등에 핵심적 역할을 한 사실이 나오면 반드시 사법처리 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한화그룹이 조직적으로 이씨를 빼돌린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하지만 한화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미 경찰 수사의 칼날이 죄어온 상태라 이씨와 접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괜한 오해를 받을 필요 없었다는 게 한화측 입장이다.

채 법무실장은 "이씨로부터 어제 '경찰에 출석하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김 회장도 혐의를 인정한 마당에 더 숨길게 없다고 판단되고 이씨는 참고인일 뿐이어서 경찰에 나가 조사를 받으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열쇠 쥔 '잠적 3인방', 모두 등장했지만

이씨가 경찰에 자진 출석함에 따라 보복폭행 사건의 열쇠를 쥔 것으로 평가된 '잠적 3인방'은 모두 등장했다.

그러나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것으로 구속영장에 기재된 두 사람의 행방은 묘연하다.

김 비서실장으로부터 인력동원 요청을 받은 전 맘보파보스 오아무개(54)씨는 캐나다로 달아난 상태다. 또 경찰은 G가라오케의 실제 업주인 아마추어 권투선수 출신 장아무개(47)씨를 쫓고 있다. 장씨는 양은이파의 핵심조직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두 사람의 신병이 확보되면 조폭 동원 혐의도 밝혀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김승연 #보복폭행 #남대문경찰서 #조직폭력배 #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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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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