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나도 부자

등록 2007.05.13 11:04수정 2007.05.1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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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참가한 백일장 개회식입니다
어제 참가한 백일장 개회식입니다본인
누구라도 결혼을 하면 자녀를 낳는다. 진부한 얘기겠지만 자녀는 살다 보면 불거지는 부부의 불화 전선에 있어서도 버팀목과 지지대 역할을 한다. 즉 자식을 봐서라도 참고 산다는 것이다.


어제(12일)는 모 백일장에 나갔는데 '기록의 중요성'이라는 화두로서 산문을 짓게 되었다. 잠시 숙고하다가 하지만 곧 일필휘지로서 글을 지어냈는데, 그렇게 써서 제출한 글의 줄기는 사랑하는 딸이 얼개를 이루었다.

누구라도 자녀를 애지중지하겠지만 나의 자녀 사랑의 감도는 유별나다. 그처럼 자녀를 사랑하는 느낌이 진득한 까닭은 나는 모정을 모르고 자란 반대급부적 성격이 강한 때문이다.

5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어머니의 모습이라곤 그림조차도 그릴 줄 모르는 원초적인 슬픔을 가슴에 저미며 살아왔다.

생후 첫 돌을 즈음하여 잃은 생모는 나에게 너무도 커다랗고 주홍글씨와도 같은 화인(火印)의 아픔을 남긴 상흔의 주인(主因)이었다.

그처럼 어떤 반면교사의 뼈저린 슬픔이 있었기에 나는 그래서 이를 악물고 아들과 딸에게 마치 폭풍우와도 같은 사랑을 아낌없이 퍼부었다.


그런데 그 같은 넘치는 자녀사랑은 역시나 어떤 좋은 결론과 귀착으로 나타났다. 아들에 이어 딸도 우리나라 굴지의 대학에 진학하는 모티브가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혹자는 학벌을 따지는 사관은 고루한 것이라고 치부하고 폄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공부를 잘했어도 가정환경이 도무지 따라주지 않아 겨우 초졸 학력으로 이 풍진 세상에 휩쓸려 나와야만 했던 나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주장이 하나도 설득력이 없다.


여전히 학력으로서 사람을 재단하고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한 것이 이 같은 내 주장의 반증이다.

나는 가방 끈이 짧은 때문으로 지금도 비정규직의 박봉으로 애면글면 힘겹게 살고 있다. 하지만 마음만은 누구 못지않은 부자다.

두 집 건너 한 집꼴로 이혼이 다반사라는 시절에 30년 가까이나 한 이불을 덮고 있는 조강지처가 있어 우선 대견하다.

재원(才媛)의 딸에 이어 아들 역시 효심이 깊고 듬직하기에 늘 그렇게 나의 울타리가 돼 주고 있다.

여전히 빈궁한 삶의 나날이다. 그렇지만 물질적 풍요만이 부자는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누구는 재물이 태산과도 같이 많지만 처복이 없어 이혼하고 홀아비가 된 이가 있다. 또 누군가는 재산은 적지 않으되 자식들이 속을 썩여 전전긍긍하는 이도 볼 수 있다.

나는 비록 여전히 재물은 없다. 그렇지만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자녀가 있으며 가난을 타박지 아니하며 30년 가까이 내 곁을 지켜주고 있는 아내 또한 나의 행복 화수분이기에 실은 나는 부자다.

덧붙이는 글 | sbs-u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sbs-u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아들 딸 #화수분 #부자 #사랑 #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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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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