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계등 해수욕장의 신비로운 숲이현숙
탐방로가 잘 되어 있는 숲에는 수령 100년 이상의 소나무, 참나무, 꽝꽝, 팽나무 등 40여종의 상록 활엽수가 자라고 있었다. 다양한 식물과 새, 곤충들이 살아가고 있으며, 자연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직접 체험하고 산교육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처음에는 별 기대 없이 얼핏 바라보기만 했는데, 신사복 차림의 남자분들이 줄줄이 숲탐방로로 들어가는 걸 보고 호기심에 차 따라 들어갔다. 그런데 이건 울울창창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숲에 나무들도 아주 건강하게 뻗어 있는 게 아닌가.
탐방 구간은 정도리 탐방안내소에서 갯돌방 할머니당을 거쳐 다시 주차장이 있는 안내소까지이다. 1.2km의 왕복거리가 50여분에서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니 얼마나 큰 숲인가.
그 안에 들어가면 밖이 보이지 않고 그 안에서 한나절을 보내도 좋을 만큼 넓고 신선하다. 탐방로에서 벗어나 해수욕장 끝으로 가 바위 위로 올라가 본다. 아직은 이른 철이라 해수욕장은 한산하고, 한 떼의 놀이객들만 해변에 모여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마치 들판에서 일을 하다 새참을 먹고 있는 것 같이 정겨운 풍경이다.
다시 숲으로 들어가 뒤쪽 주차장을 거쳐 뒷길을 걷는다. 평화로운 시골풍경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 유채꽃 한 무리가 피어있는 밭도 있고, 모종을 위해 막 갈아엎은 흙이 붉은 밭도 있다. 구계등, 구계등 하면서 갯돌과 바다만 그리던 내 머릿속에 신비롭고 평화로운 숲과 전원이 추가되는 순간이다. 이래서 체험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으면서.
이제 갈 곳은 당과 일본의 중개무역으로 중요한 지점, 청해진 장보고 유적지. 청해진에 가려면 완도읍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나는 계속 시계를 들여다본다. 내게는 속셈이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니 완도를 다 못 보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안에 꼭 청산도에 들어가야 한다는 조바심이다.
조금 번화한 시가지가 나오고 완도항이 나온다. 바닷가를 끼고 계속 달리자 청해진 수석공원이 나왔는데 우린 그냥 내쳐 달린다. 저만치 청해진 유적이 보이므로. 그러나 청해진 유적지는 바로 눈 앞에 있는데 가는 길이 없다. 이상해서 다시 차를 돌려 되돌아온다. 이리저리 찾아보다, 모르겠다 수석공원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본다. 그런데 거기에 청해진 가는 길이 있다. 바다는 건너지 못하고 바다 건너에 있는 유적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