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브롱스(bronx)에 위치한 양키스 스타디움. 1923년 메이저리그에서 세 번째로 개장한 구장으로 55,070명을 수용할 수 있다.문종성
올시즌 그들은 양키스 제국이라는 명성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동굴맨 자니 데이먼, 양키스의 윤활유 바비 어브레이유, 정신적 지주 캡틴 데릭 지터, 'A-Rod'로 불리는 괴물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 등이 버티는 타선은 메이저리그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올시즌 지터와 로드리게스를 제외하고는 타선이 침묵에 빠져있고, 선발진은 노쇠기미를 드러내며 생각만큼 버텨주지 못하고 있었다. 칼 파바노, 마이크 무시나, 왕첸밍이 부상으로 한 차례씩 드러누웠으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마리아노 리베라의 화끈한 불쇼(블론 세이브)는 양키스의 분위기를 더욱더 침잠시켰다.
1921년 이후 월드시리즈에 39번 진출했으며 그 가운데 26번의 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과거의 화려한 영화가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아닐까? 최상급 선수를 싹쓸이 영입해 리그에서 악의 축으로도 불리는 양키스는 이렇듯 화려한 선수들에도 불구하고 5할 승률에 버거워하며 리그 꼴찌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조바심이 났는지 아니면 팬들의 비난과 원성을 무마시키려는 의도인지 지난 7일 현역 최고의 대어이자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는 올해 45세의 로저 클레멘스가 양키스에 입단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처음 가본 미국 야구장...허둥지둥 헤매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광경이 얼마나 장엄한지 모른다. 이곳 시각으로 9일 뉴욕 브롱스(bronx)에 위치한 양키스 스타디움을 찾았다.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어느 새 무리의 홍수를 이룬다.
그들은 리그 최강 명문팀인 양키스의 팬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해 보인다. 구장 바깥에는 먹고 마시고 입고 보는 등에 어떻게든 양키스와 관련한 매장이 즐비하고, 길거리에서는 상인들이 팬들의 입이 심심하지 않게 주전부리들을 팔고 있다.
나는 가난한 여행객인지라 16불짜리 레드석 자리를 구입했다. 구장 맨 꼭대기에 자리잡은 좌석이다. 하지만 경기를 관전하기에는 그만큼 탁 트인 공간도 없다. 물어물어 티켓은 구입했지만 미국 야구장이 처음인지라 허둥지둥 헤맨다.
가방은 가지고 들어가면 안 된단다. 그래서 옆 볼링장에 거금 5달러를 주고 맡기고 들어가야 했다. 카메라는 되지만 비디오 카메라는 들고 갈 수 없고(사실 요즘처럼 디카가 동영상 기능도 커버하는 시대에 원칙이 애매하다), 음료도 페트병은 되지만 유리병은 안 된다.
또 불투명 백이나 비닐은 입장 불가이기에 야구장 안에 들고 가는 모든 물건은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투명 비닐에 담아 가져가야 한다. 정보의 부재로 이런저런 제약을 받다보니 내 차림은 처음보다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찬호의 아픔 묻어있는 텍사스와 대결
미리 구장에 도착해서 천천히 둘러보며 역사적인 메이저 리그 구장 입성을 음료와 바나나로 조용히 자축했다. 오늘의 상대팀은 아메리칸 서부지구 텍사스 레인저스. 황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팀은 잘 알다시피 박찬호 선수가 FA(자유계약선수)가 되고 5년간 6500만 달러라는 특급대우를 받고 입단했다가 '먹튀'로 전락해 버린 아픈 경험이 있는 팀이다.
사실 오늘은 빅매치가 아니다. 양팀 다 리그에서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팀인데다가 텍사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양키스는 같은 리그 보스턴이나 같은 연고 메츠의 라이벌전으로도 숨이 가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일 야간 경기에 관중들이 묵직하게 들어찬 것은 정말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