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수경이 "조계종단이 세속화되고 있다"며 자정기구 설치 등을 주장해 불교계에 적잖은 논쟁이 일고 있다.(사진은 지난 2003년 문규현 신부와 함께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수경)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지난 2003년 새만금 방조제 공사중단을 요구하며 문규현 신부와 함께 전북 부안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를 했던 수경(서울 화계사 주지,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그가 이번엔 자신이 속한 조계종단이 "'권력'과 '돈'이라는 두 바퀴의 수레를 타고 위태로운 질주를 하고 있다"며 '자정'과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찰 입장료, 부처님 만나러 오겠다는 이에게 돈 받겠다고?"
수경 승려는 <불교평론> 봄호에 기고한 시론을 통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다"며 ▲총무원의 권력화 ▲종회 계파의 권력다툼 ▲승려의 세속화 ▲사찰의 기업화 등을 "천하가 다 아는 (조계종단의) 비밀"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조계종단의 세속화는 총무원장ㆍ종회의원ㆍ교구본사 주지 선거를 통해 극명히 드러난다"며 "선거에 몇 억(든다는) 소리가 예사로 떠돈다"고 개탄했다. "지금 얘기한 돈의 1/10만 쓰였다 해도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비리혐의로 구속됐던 마곡사 주지 사건을 예로 들며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에서는 '종교 탄압' 운운하며 있지도 않은 성역으로 숨어들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종교의 공간은 성역이어야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세속 권력과 실정법을 압도하는 도덕성과 위엄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
그는 또 "국립공원 내 사찰 입장료 문제는 현재의 조계종이 얼마나 자본주의 논리에 충실한지를 비극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승가의 재산은 승가 공동체뿐 아니라 사회적 공공재로 해석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여 그는 "전국 모든 사찰의 입장료 폐지도 고려해 볼만하다"며 "부처님 만나러 오는 사람에게 돈을 받는 것도 민망한 노릇"이라고 씁쓸해 했다.
"지금 종단이 처한 현실을 보면 모골이 송연해진다"는 그는 ▲산중 총회나 임회(林會)의 단절 ▲종회 계파의 권력 나눠먹기 등으로 "조계종단은 수치심마저 상실한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원로 스님과 재가불자를 포함하는 자정기구를 세워서 사찰재정 투명성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종립 율원'과 '종립 염불원'을 세워 승풍을 바로잡고, 신도들의 '수행 유목민화'를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개별 사찰과 스님네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며 "하지만 총무원만큼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 이유로 "권한이 너무 막강하고, 그 권한이 금권을 가진 일부 승려와 커넥션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여 그는 총무원을 향해 "총무원장ㆍ종회의원ㆍ교구본사 주지 자리가 돈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부터 해결할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세간이든 출세간이든 모든 비리의 근원은 돈과 권력"이기 때문이란다.
또한 "총무원은 지금이라도 크고 작은 비판의 목소리를 열린 태도로 수용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무원 관계자 "수경 스님께서 우려 차원에서 하신 말씀으로 이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