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물인 벌일지라도 희망을 위해서라면 혼신을 다합니다.임윤수
지나간 봄은 여느 봄날보다 아팠습니다. 계절을 벗어나는 탈피의 고통쯤이야 일찌감치 각오했지만 들뜬 황금빛으로 찾아온 돼지해의 봄은 유달리 아프고도 쓰라립니다. 대추리의 봄만 아팠던 게 아니라 땅 일구고 씨 뿌리는 농부의 마음이 살아 숨 쉬는 삼천리 방방곡곡이 구석구석 아팠습니다.
칠흑 같이 캄캄했던 겨울, 농부들은 쇠스랑과 호미 끝으로 봄을 일구려 했고, 바닷가 어부들은 터진 그물코를 꿰매며 봄을 낚으려 했습니다. 성직자들은 기도로 봄을 맞으려 했고, 행동하는 양심들은 뜨거움으로 봄맞이를 준비했었습니다.
찾아오는 봄날은 그들의 희망이며 생존이기에 봄을 기다리는 그들의 몸짓은 처절했습니다. 그러나 농부가 일구던 봄에는 새싹이 돋지 않았고, 어부가 꿰맨 그물엔 꽃이 피질 않았습니다. 덜그럭거리는 자갈과 피멍울 가득한 상처만 남았습니다.
캐낸 돌멩이는 돌팔매질이 되어 농부의 가슴을 때렸고, 꿰맨 그물코는 어부를 가두는 오랏줄이 되었습니다. 기다리는 봄은 오지 않고 염려하였던 봄, 장맛비처럼 상처만 남기는 그런 봄날이 물론 사람들 가슴은 물론 들녘도 휩쓸고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