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떠올린 어린 시절 비닐우산 장사

구두 닦다 소나기오면 부리나케 우산 팔아

등록 2007.05.10 10:26수정 2007.05.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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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급히 우산을 사거나 비를 그대로 맞아야 한다. 어린 시절 갑자기 비가 내리면 우산을 떼다 팔곤 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급히 우산을 사거나 비를 그대로 맞아야 한다. 어린 시절 갑자기 비가 내리면 우산을 떼다 팔곤 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서울서 대학을 다니는 딸은 최근까지 고슴도치를 키웠다.


근데 일전 출산을 한 어미 고슴도치는 멀쩡한데 불행하게도 그 새끼들은 하나 둘씩 저 세상으로 갔대서 딸은 며칠 동안이나 펑펑 울었다나.

아내는 어항에서 키우는 관상용 물고기라면 그야말로 사족을 못 쓴다. 근데 맞벌이 부부이다 보니 그간 동물을 집에서 키운다는 건 마음에만 두고 있었지 실천해 본 지는 꽤나 오래 되었다.

하여간 아내는 어제 점심 경에 내 사무실로 전화를 해서 퇴근길에 역전통의 K은행 뒷길에 있는 수족관에 가서 관상용 어류인 구피(송사리를 닮은)의 먹이를 사 가지고 오라고 했다.

지인으로부터 전날 출산한 구피의 새끼 네 마리를 얻었다며 어린아이처럼 좋아라 하는 아내였기에 비가 장대처럼 쏟아지는 퇴근길이었음에도 K은행 뒷길까지 가서 구피의 먹이 한 통을 4천원 주고 샀다.

아침엔 멀쩡했던 날씨가 바뀌어, 느닷없이 폭우가 쏟아지면서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했던 나는 그 비를 흠뻑 맞아야 했다.


시장통을 빠져 나오다 보니 허름한 선술집 형태의, 비닐까지 씌운 간이음식점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비는 여간해서 그칠 기색이 아니었다.

이미 비를 흠씬 맞아 오들오들 떨리기까지 하였기에 2천원짜리 잔치국수를 한 그릇 주문했다.


내가 보는 앞에서 직접 국수를 삶아 양념간장까지 듬뿍 쳐서 주는 국숫집 아줌마를 보자니 오래 전 우산 장사를 했던 내 소년시절의 국숫집이 떠올라 마음이 짠했다.

일찍부터 소년가장이 된 나는 고향역 앞에서 구두를 닦았다. 그러다가 소나기라도 쏟아질 때면 부리나케 우산 도매집에 달려가 파란 비닐우산을 떼다 팔아 부수입을 올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근데 비가 아침부터 오는 경우엔 아예 집에서 우산을 들고 나오는 이들이 많았기에 당연히 비닐우산은 잘 팔리지 않았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라야만이 내 수입도 쏠쏠했기에 나는 그 시절 어쩌면 소나기를 고대하고 즐겼다고도 하겠다.

살기가 힘든 즈음이었기에 점심은 늘 그렇게 한 그릇에 300원짜리 국수를 사 먹었다. 근데 당시의 국숫집 아줌마는 어린 나이 때부터 고생이 많다며 부러 내겐 국수를 넘치도록 담아주시곤 했다.

편부와 애면글면 어렵게만 살았던 소년시절이었지만 비가 내려서 1회용 우산을 팔 때면 그 비닐우산의 파란색만큼이나 내 맘은 파랗게 동동거렸댔다.

왜냐면 우산을 많이 팔면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생선과 술을 사 가지고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 만날 먹던 국수의 하얀 색 역시 마치 엄마처럼 살가웠던 국숫집 아줌마의 날 향한 어떤 모정의 흰 마음처럼 느껴졌다.

가난하고 비참했던 나의 과거사를 후일에 추억거리로 삼기 위해선 반드시 늘 노력하고 치열하게 살아야만 한다고 명심하며 열심히 살아왔다.

"국수가 참 맛있네요, 다음에 또 올게요."

셈을 치르고 일어나니 빗줄기도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여의주에도 송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여의주에도 송고했습니다
#비닐 우산 #잔치국수 #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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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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