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에서 바라본 18번 국도와 들판이현숙
한참을 바라보다 다리 건너 산으로 눈이 간다. 그 중턱에 그린듯이 정자가 서 있다. 가파른 돌 계단길도 보인다. 느리게 다리를 건너 돌계단 길을 오른다. 생긴 모양 그대로의 돌을 모으고 다져서 만든 특이한 계단이다.
정자에서 아래를 바라보니 구불구불 뱀처럼 휘어진 길과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른 아침이라 시야가 뿌옇지만 흐려진 시야가 오히려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다니 감탄하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뜻하지 않은 좋은 풍경을 만났구나 감격한다.
길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산이 있다. 쭉 늘어서 있는 특이한 산봉우리들이 줄곧 우리를 호위해 준다. 해남땅으로 들어선 것이다. 두륜산 이정표가 보이고 드디어 땅끝 가는 길과 완도 가는 길이 갈라진다. 완도 가는 길로 접어들어 20분쯤 가니,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무슨 일이지? 길가로 노란색 반FTA 깃발이 운동회날 만국기처럼 펄럭이고 왼쪽은 바다인데, 길건너 쪽은 잔치라도 벌어진 동네처럼 술렁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