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제씨'는 umakoo란 이름으로 <히어로즈>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NBC TV <히어로즈> 한글 자막을 만든다.NBC
이런 미드 자막을 만드는 곳은 네이트 드라마24(http://club.nate.com/24)나 네이트 NSC (http://club.nate.com/tsm), 디시인사이트 '미드갤', 다음 '미국 드라마 24시'가 유명하다. 이 사이트들을 이용하거나 미드를 볼 때 애용하는 프로그램인 곰플레이어의 '자막 찾기'를 이용해 한글 자막을 찾는 방법도 있다.
이들에게 별다른 혜택 같은 건 없다. 화면 맨 처음이나 맨 끝에 자막 만든 이 이름을 사인처럼 적는 게 전부다. 최근엔 단순히 번역을 넘어, 자막 중간 중간에 자막 만든 이가 단 감상이나 코멘트까지 넣어 재미를 더한 자막까지 생겨나고 있다. 혹자는 자막 다는 이들 스타일까지 파악해 자막을 고른다.
그런데 어떤 이들이 왜 자막을 만드나? 대개 처음 미드 감상에서 시작해, 원하는 자막이 없을 때 직접 만들기로 뛰어든다. 또 영어 공부를 위해서 만드는 이도 있다.
네이트 드라마 24(ND 24)에서 활동하며 최근 < ER > 한글 자막을 만드느라 바쁜 오원석씨는 "어느 날, 영어공부하려고 자막 없이 드라마를 보는데, '이거다!'고 '필'이 딱 꽂혔다"고 했다. 바로 한글 자막작업을 해야겠단 계시였다.
영어 공부도 하면서, 자막 없어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과 그가 좋아하는 < ER >을 같이 보고 싶어서 자막 번역을 시작했는데, 하고나니 진짜 영어 공부가 됐다.
또 무엇보다 자막을 만들고 나면 뿌듯했다. 그는 현재 캐나다에서 4년째 유학중인 학생이다. 우리 나이 열아홉인 고3이다. 오원석씨는 < ER > 자막팀 활동만이 아니라, ND24에서 <고스트 앤 크라임(원제: 미디엄)> 딕테이션도 맡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처음엔 번역 고민, 나중엔 말 줄이기 고민
디시인사이드에서 주로 활동하며 디시인사이드 '미드갤'에 <히어로즈> 한글 자막을 올리는 '제씨(예명)'는 자신이 단 자막에 'umakoo'라는 아이디를 쓰며 활동한다.
제씨가 미드에 빠진 건 김윤진이 출연해 화제가 된 드라마 <로스트>를 통해서였다. 때 그는 "달린다"는 뜻을 알았다고 했다. "달린다"란 말은 미드 한 편을 보면, 계속 다음 편을 보느라 시간이 어찌 가는 줄도 모르고 연달아 미드를 보는 걸 일컫는다.
그 뒤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며 본격적으로 미드에 빠져들었고, 자막에 '디씨 미드갤 000 제작'이라고 남겨놓은 걸 보고 디시인사이드 '미드갤'도 찾았다. 그렇게 빠져들어 여러 미드를 섭렵하기 시작하자, 올 것이 왔다.
<히어로즈>를 보는데, 답답했다. 한글 자막이 금방 나오지 않아서였다. 제씨는 기다리다 지쳐 "기다리는 김에 번역이라도 해보자"고 뛰어들었다. 그게 지난 해 11월이었다. 그 뒤로 지금까지 그는 <히어로즈> <더 프리텐더(The Pretender)>등 합해서 에피소드 37개의 한글 자막을 만들었다.
처음엔 번역 자체가 힘들었다. 속어·은어까지 챙겨야 해서였다. 하지만 할수록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어떻게 하면 꼭 맞는 우리말로 바꾸나 고민하게 됐고, 이젠 요령도 생겼다. 제씨는 "요즘은 직역을 하기보다 적절한 표현으로 의역을 하면서 최대한 문장의 길이를 줄이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배우가 긴 대사를 빨리 말한다고 해서 그 긴 말을 그대로 옮겨 적어서 자막으로 화면을 꽉 채우는 단계는 지나갔다. 제씨는 가장 힘든 게 "최대한 생략하면서 내용상 부족하지 않게 우리말로 바꾸기"라고 강조했다.
드라마도 보고 영어 공부도 하고 다른 사람도 돕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