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애씨(오른쪽)와 유경 기자서해문집
나이듦을 피하고 싶지만 정 피할 수 없다면 최소한 현명하게 나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내 삶을 돌아봤을 때 "그래, 이만하면 나쁘지 않았어"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미 노년의 나이에 이른 고광애씨의 노년 이야기는 가슴에 와 닿기에 충분합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노인들에 대한 오해는 "아, 그랬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하면서 노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줍니다.
유경 기자는 현장에서 만난 노인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노년이 남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우리에게 꼭 찾아오는 것이니 미리 준비를 하면 노년을 잘 보낼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자칫하면 재미없고 지루할 수 있는 노년 이야기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내 앞에 '노년'이라는 강이 도도하게 흐르면서 나를 기다리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살아서 노년을 맞이하는 것도 축복이라고 유경 기자는 말합니다. 물론 무조건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은 아닙니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길어진 노년의 시간을 알차게 채울 수 있도록 노년 준비를 단단히 해서 인생 2모작 혹은 3모작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생 3모작, 지금부터 준비해야죠
이 책의 저자들은 노년과 더불어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나눕니다. '죽음 준비'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죽을 때가 되면 죽는 거지 죽음을 '준비씩이나 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죽음 준비는 삶을 위한 것이랍니다. 현재의 삶을 좀 더 충실하게 살기 위해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노인자살률이 1위라고 합니다. 그만큼 살기 팍팍하고 어려운 노인들이 죽음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이것에 대해 유경 기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죽음의 모습은 먼저 떠나는 사람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선물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어르신들이 평생 열심히 정성껏 살아오셨는데, 마지막에 너무 힘들고 괴롭고 아프다고 그냥 휙 가버리시면 남은 가족들은, 후손들은, 아니 젊은 세대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 수 있겠습니까. 살아 보고 안 되면 그냥 죽어버리면 되지, 늙고 병들면 나는 지저분하게 살지 않고 죽어버릴 거야, 하는 말들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거지요."
유경 기자는 친구 아버님의 죽음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분은 폐암 선고를 받고, 병원에서 누운 채 죽음을 맞이하기보다는 가족들과 마지막 시간을 뜻깊게 보내고 죽음을 맞이하셨답니다.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갈 수 있도록 가족들이 아버님의 죽음을 준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 대목을 읽을 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인생노트>를 읽으면서 내가 맞이한 중년에 대해 생각하고, 나이 듦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인생노트>를 읽는다고 단박에 나이 듦에 대해 초연해진다거나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준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것들은 쉽게 다가가거나 친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최소한 나이 듦과 죽음을 생각하면서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이래서 나이 드신 분들의 지혜가 필요하고 그들의 경험을 배워야 하는가 봅니다.
마흔과 일흔이 함께 쓰는 인생노트 - 지혜롭게 나이 드는 법, 아름답게 이별하는 법
고광애.유경 지음,
서해문집,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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