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도 입양 가능, '입양휴가제' 도입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제는 공개입양 시대!

등록 2007.05.07 11:54수정 2007.05.0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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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기자]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공개입양을 통해 가족을 꾸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공개입양’이란 입양을 준비할 때부터 가족과 친지에게 입양을 알리고, 아이가 성장할 때 자연스럽게 입양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가리킨다.

홀트아동복지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입양 390건 중 공개입양이 차지하는 비율은 41%로 160건. 2000년 25.4%에서 2004년 30.9%로 늘어났으며, 2005년에는 42.6%로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개입양이 늘어남에 따라 건전한 입양문화가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입양은 감춰야 할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 공개입양이 마땅히 전제돼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 목소리다.

입양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해마다 1만명에 이르고 있지만, 국내외 입양을 통해 가족을 이루는 경우는 3000건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그나마 국내입양은 전체 입양 중 40%에 그친다.

정부도 나서 입양을 통해 건강한 가족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먼저 올해부터 ‘국내입양 우선추진제’와 ‘입양휴가제’가 시행된다. ‘국내입양 우선추진제’는 입양 대상 아동으로 결정된 후 5개월간 국내입양을 우선 시도한 후 국외입양을 추진하는 제도. 단, 국내입양이 어려운 장애아동이나 미숙아는 예외다.


입양아동의 적응을 돕기 위해 2주간 휴가를 주는 ‘입양휴가제’는 우선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이외에도 독신자 가정도 입양이 가능하도록 했고, 입양 부모와 아동의 연령 차이를 기존 50세 미만에서 60세 미만으로 대폭 확대하는 등 자격조건을 완화했다.

보건복지부 아동복지팀 관계자는 “입양에 대한 인식은 변화했지만 장애아동의 입양 비율이 현저히 낮고, 혈연중심사회 분위기 탓에 남아보다 여아를 선호하는 것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5월11일은 ‘입양의 날’…입양가정을 찾아서

입양을 통해 몸소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입양가정 가족들이 지난달 28일 경기 과천 서울어린이대공원을 찾았다. 이들은 국내 입양가정 모임인 ‘홀트 한사랑회’ 회원들로 지역을 나눠 두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이날 가족 나들이에는 13개 가정 50여명이 참석했다. 널찍한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손수 싸온 김밥, 과일, 떡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가족들 얼굴엔 웃음이 좀처럼 떠나질 않았다.

경기남부지역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송이 엄마 김진미씨는 “야외에서 모임을 갖는다고 하니 지역모임을 한 중에 가장 많이 오셨다”며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이 있어 너무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들부터 아빠 키를 훌쩍 넘은 아이들까지 서로 뒹굴며 왁자지껄 떠드느라 야단법석이다. 잔디밭을 내달리는 아이들을 쳐다보는 부모들의 모습에선 행복이 느껴졌다.

‘홀트 한사랑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성모 아빠 유해연씨는 “지역모임 외에도 매년 입양가족들이 모여 1박2일로 숲속캠프를 갖는다”며 “무엇보다 입양 당사자인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입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세 가정의 가슴 따뜻한 입양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삭이네 - “조건없는 사랑 듬뿍 줄겁니다”

경기도 광주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문자(46)씨 가족은 25개월 된 아들 이삭이의 재롱 덕분에 날마다 웃음꽃이 핀다. “이삭이 몇살이지?”라고 물으면 두 볼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이삭이는 손가락 3개를 펴 보이며 씨익 웃는다.

김씨 부부는 이삭이가 10개월 무렵 입양했다. 큰딸 채연(11)이와 둘째딸인 호연(9)이까지 이미 자녀를 둘이나 뒀지만, 결혼 전부터 입양에 뜻을 밝혀온 남편 김동현(47)씨의 의지가 확고했다.

“남편이 대학을 외국에서 다녀서인지 혈연에 얽매이지 않더라구요. 꼭 한명은 입양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는데, 결국 지난해 초 소원을 이루게 됐죠.”

이삭이는 한번 입양됐다 파양된 경험이 있는 아이였다. 때문에 이삭이를 가족으로 맞기까지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런 만큼 이삭이가 더 없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입양이 결정되고 나서 남편은 꼬박꼬박 새벽기도에 나갈 정도였다.

“입양을 하고 집안에 안좋은 일이 있어 파양했다는 얘길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보세요. 얼마나 밝게 잘 크고 있는데. 배 아파 낳는 것처럼 똑같이 자식을 갖는 일인데 조건을 따진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죠.”

김씨는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일수록 ‘입양’ 그 자체로 만족했으면 한다고 했다. 간혹 좀더 예뻤으면, 이왕이면 혈액형도 같았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마음을 비우고 아이를 사랑으로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 가족은 이삭이를 만나기 전 가족 모두가 입양 준비교육을 받았다. 특히 두 딸들에겐 동생을 갖는 방법이 꼭 엄마의 출산만 있는 게 아니며 ‘입양’도 그 방법 중 하나라고 귀가 닳도록 얘기했다. 그래서인지 두 누나의 동생 사랑이 각별하다고. 오랜만에 가족 나들이에 나선 김씨 가족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다녕이네 - “가슴으로 낳고 희망으로 키워”

“다녕이가 한 식구가 된 이후로 딸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답니다.”
송종우(43)·강은미(36)씨 부부는 아들 수환(12)이와 딸 다녕(5)이와 함께 서울어린이대공원을 찾았다. 철쭉이 활짝 핀 잔디밭을 뛰어다니느라 신이 난 아이들의 얼굴엔 금방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듬직한 오빠 수환이는 행여 동생 다녕이가 넘어지기라도 할까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무려 7살이나 차이가 나는 이들 오누이는 피보다 진한 ‘사랑’으로 뭉친 사이다. 바로 송씨 부부가 가슴으로 낳은 아이가 다녕이다.
다녕이는 생후 1개월 10일째 되는 날 이들 가족 품에 안겼다.

“결혼 전에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입양에 대한 얘기를 꺼냈어요. 한명은 낳고, 한명은 입양하자고. 그때는 지나가는 말이려니 했는데, 막상 남편이 입양 얘기를 하니까 솔직히 고민이 되더라구요.”

남편 송씨의 끈질긴 설득 끝에 드디어 2003년 가을 다녕이를 만났다. 조그마한 몸집의 다녕이를 보자마자 강씨는 울컥했다. 조심스레 아이를 받아들고 집으로 오면서 ‘잘 키우겠다, 꼭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다짐했다.

입양을 두고 주변의 반대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시아버지는 담담해 하셨는데 오히려 친정어머니가 반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막상 아기 다녕이를 보신 뒤로는 손녀 사랑이 누구보다 극진하다.

요즘 송씨 부부는 유치원생으로 훌쩍 자란 다녕이에게 열심히 입양교육 중이다. 처음에는 “엄마가 낳았잖아. 다른 사람 싫어!” 하며 부정하던 아이도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근데 엄마! 왜 다녕이를 입양한 거야?”라며 제법 의미있는 질문도 던진다.

강씨는 예비 입양부모들에게 이 말은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낳은 자식하고 입양한 자식하고 차별해서 키우지 않을까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마음이 중요한 거죠.”

하은이네 - “축복이자 행복 10달간 태교도”

“온 가족이 10달을 태교에 매달렸죠. 태교일기도 하루도 빠짐없이 썼고요. 우리 하은이가 집에 온 후부터는 매일매일 육아일기도 쓴답니다. 나중에 크면 일기를 모아 책으로 만들어 줄 거예요.”

“입양은 축복이자 감사이며 행복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전윤규(44)·문은영(44)씨 동갑내기 부부. 하은이를 입양한 뒤로 만나는 사람마다 입양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지 이야기하느라 ‘입양 전도사’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다.

이제 막 첫돌이 지난 하은이는 태어난 지 23일이 지났을 무렵 전씨 가족의 귀염둥이 막내딸이 됐다.

“몸무게를 재보니 딱 3㎏인 거예요. 어찌나 작은지 집에 데려오자마자 정말 열심히 키웠죠.(웃음)”

하은이의 이름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하나님의 은혜’다. 입양을 결심하기 훨씬 전부터 온 가족이 ‘기도’에 매달렸다. 무엇보다 입양을 반대하고 나선 아들 창현(16)이를 설득하느라 3년을 기다린 끝에 얻은 귀한 딸이기 때문에 더 없이 소중하다. 그래서인지 약간의 미열만 있어도 두 부부가 함께 곧장 병원을 찾는다고 했다.

“아침마다 전쟁이에요. 남편과 아들이 하은이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뽀뽀를 해대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하은이로 인해 집안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는 문씨는 입양을 적극 권하고 싶다고 했다. 단,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 부부가 나이가 있잖아요. 하은이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이면 이미 정년이 될 때라 그게 조금 걱정되죠. 좀더 입양을 서두를 걸 그랬나봐요. 그랬으면 우리 하은이를 못 만났겠죠?(웃음)”

엄마 아빠를 볼 때마다 안아달라고 손을 쭉 뻗는 눈웃음이 예쁜 하은이. 하은이를 번쩍 안은 엄마 아빠의 얼굴에도 벙글벙글 웃음이 한가득이다.

위탁모 박수열씨…9년간 23명에 정성쏟아
“돈으로 살수없는 기쁨, 꽃이에요”

“꽃이에요, 꽃.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이 꽃을 보면 싹 가셔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기쁨 그 자체랍니다.”

이제 막 6개월이 된 태영이를 안은 위탁모 박수열(54)씨. 7㎏이 채 못되는 조그마한 체구의 태영이는 포근한 엄마 품에 안겨 옹알이를 하며 방긋거린다.

박씨는 만 9년째 위탁모 일을 하고 있다. 위탁모란 아동이 입양되기 전까지 돌봐주는 일을 하는 ‘임시 엄마’다. 박씨는 결혼 직후 앞집에 살던 아주머니가 위탁모 일을 하는 걸 보고 ‘나중에 여건이 되면 꼭 해야지’ 하고 마음 먹었다가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첫번째 아기였던 건우를 3개월간 돌봤어요. 우리 딸 둘하고 아들, 남편까지 다섯 식구가 어찌나 건우를 귀여워했는지, 룩셈부르크로 입양이 결정됐다는 얘기를 듣고 다들 울음바다였어요.”

박씨 가족은 건우를 환송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함께 나갔다. 환송하는 자리는 어느새 통곡의 자리로 바뀌었고, 이후에도 건우 생각에 가족들은 눈만 마주쳐도 눈물을 훔칠 만큼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남편이 이 일을 말리더라고요. 기른 정도 정인데 헤어질 때마다 어떡할 거냐면서….”

지난 9년 동안 박씨의 품을 거쳐 간 아이들은 23명이다.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보듬어주면서 정을 쏟았다.

“한번은 아기가 고열에 시달려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어요. 마음은 급한테 의사가 늑장을 부리는 것 같아 ‘우리 애가 홀트 애기라서 홀대하는 거냐?’며 막 소리를 질렀어요. 근데 남편이 잡아끌더라고요. 당신 치마 뒤집어 입었다며.(웃음)”

두 딸이 결혼해 3명의 손자가 있는 박씨지만 그의 곁에서 짝꿍 노릇을 톡톡히 하는 것은 역시 위탁아동들이다. “오늘은 등짐이 없네?” “몇개째야?” 하며 함부로 말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정말 속상하지만 그래도 “애쓴다” “수고한다”며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많아 위탁모 일이 보람된다는 김씨의 얼굴엔 참된 행복이 넘쳐났다.

[TIP] 위탁모가 되려면

위탁모가 되려면 입양기관에 신청을 해야 한다. 지원자격은 25세 이상 50세 이하의 여성으로 법적으로 결혼한 사람에 한한다. 자녀양육 경험이 있어야 하고 자녀 중 막내가 초등학교 이상이면 된다. 또 양육 동기가 순순해야 하고 다른 부업을 가져서는 안된다. 위탁모에게는 일정 금액의 자원봉사료와 교통비가 지급되며, 양육에 필요한 물품 지원과 의료지원을 해준다.

문의 홀트아동복지회 1588-7501, 동방사회복지회 (02)332-3941~5, 성가정입양원 (02)764-4741~3

영화배우 김진아 “입양은 더 나은 세상 만드는 일”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방법…당당하게 선택

"요즘에는 엄마·아빠가 깨우지 않아도 혼자서 척척 일어나요. 말이 좀 늦는 것 같아 제 나이보다 일찍 유아원에 보낸 건데, 적응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는 걸 보면 너무 기특하죠. 벌써 이렇게 컸나 하고요.”

‘입양’을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영화배우 김진아(45)씨다. 지난 2004년 공개입양을 통해 아들 매튜(5)와 함께 가정을 꾸린 김씨는 “아이를 볼 때마다 너무 사랑스럽고 대견하다”며 아들 자랑에 여념이 없다.

요즘 김씨의 하루 일과는 매튜와 함께 시작된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 아이를 씻기고 밥 먹이고 난 후 곧장 유아원으로 향한다. 매튜는 외국인 자녀들이 다니는 유아원에 다니고 있다. 김씨의 남편이자 매튜의 아빠인 케빈 오제이(46)가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라 집에선 ‘영어’가 공식 언어이기 때문이다. 여느 한국 엄마들처럼 ‘영어’에 열을 올리지 않아도 되는 것은 다행(?)스럽지만, 그래도 딱 한가지 고민 되는 게 있다. 유난히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 탓에 행여 내성적으로 굳어질까 걱정이다.

“그 또래 아이들이 그렇잖아요. 장난도 잘 치고 친구한테 장난감이라도 뺏기면 과격해지고.(웃음) 그런데 매튜는 말썽도 안피우는 거예요. 처음엔 마냥 예쁘기만 했는데, 안되겠다 싶어 일주일에 한번씩 축구를 시키고 있어요. 내년엔 태권도를 가르치려고요.(웃음)”

매튜를 유아원에 보내고 나면 김씨는 집 근처 헬스장을 찾는다. 워낙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3시간은 기본이다. 매튜를 다시 데리러가는 오후 3시30분 까지가 그나마 사람들을 만나거나 개인적인 업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6개월 전부터는 닥종이 공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직은 인형 만들기가 서툴러 한 작품밖에 못 만들었지만 곧 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다.

“매튜를 생각해서 만든 인형인데 이번 입양의 날을 기념해서 ‘사랑, 소중한 생명’이란 주제로 전시회를 열어요. 회원전이라 빠질 수 없어 참가하는 건데, 예쁘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어요.”

김씨 부부는 결혼 전부터 “둘은 낳고 하나는 꼭 입양하자”며 입양에 관심을 보였었다. 한차례 유산의 아픔을 뒤로 하고 결혼 3년째 되던 해 드디어 입양을 결심하게 된 후부터는 출산을 기다리는 임신부처럼 하루 종일 기쁨에 들떠 있었다.

“매튜를 처음 만난 건 성가정입양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할 때였죠. 반짝거리는 눈을 보는 순간 가슴이 멎을 만큼 기분이 묘했어요. 남편이 외국인이라 입양절차가 까다롭긴 했지만 결국 매튜와 한가족을 이루게 됐답니다.”

매튜에 대한 자식 사랑이 끔찍한 남편은 밤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일이 바쁜 남편이 다른 것은 못 챙기더라도 잠자기 전 한번씩 책을 읽어주는 것만큼은 꼭 지키도록 김씨가 약속을 내건 것. 흔쾌히 이를 받아들인 남편은 아무리 피곤해도 이 약속만큼은 어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매튜가 너무 좋아한다.

이들 부부는 매튜의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다른 사람을 제치고 1등을 하라는 게 아니다. 여러 사람들과 원만하게 어울릴 수 있도록 겸손함과 자신감을 키워줄 생각이다. “중간에서 위도 보고 아래도 살필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는 김씨는 매튜에게 좋은 ‘인성’만큼은 확실하게 키워줄 각오다.

요즘에는 입양교육도 하고 있다. 얼마 전 유아원에서 ‘가족’이란 단어를 배우고 온 아이에게 김씨는 고양이와 강아지도 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또 ‘입양’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해줬다. 처음엔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 너무 고민이 됐는데, 지금은 서두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본인이 받아들일 때까지 지켜봐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홀트아동복지회와 성가정입양원의 홍보대사로 열심히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국내입양의 수요가 좀더 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김씨는 “세계에서 두번째 부자로 꼽히는 워렌 버핏이 왜 자식들한테 재산을 주지 않고 빌 게이츠 재단에 어마어마한 돈을 기부했겠느냐”며 “결국 ‘나눔의 삶’의 가치를 터득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자신 부부도 남들보다 더 많이 가졌기 때문에 입양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입양’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선택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입양’을 택한 사람들이 “내가 이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는 데 동참하고 있구나 하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나눔의 삶’은 결코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할리우드·국내 스타들도 입양 열풍
친자녀 있어도 피부색 달라도 'OK'

▲ 입양을 통해 사랑을 실천한 국내외 스타들. 안젤리나 졸리, 마돈나, 윤석화, 차인표·신애라(맨 위부터)
함께 사는 사회에서 ‘입양’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외 스타들의 입양이 늘고 있어 화제다. 특히, 대중들의 관심 속에 사는 스타들의 입양은 ‘입양’에 대한 홍보효과를 톡톡히 얻을 뿐만 아니라 친자녀가 있어도 입양을 하거나 2~3명 연이어 입양을 하는 등 모범적인 사례가 많아 일반인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그 선행의 주인공들은 누가 있을까.

세계적인 스타들이 있는 할리우드에선 안젤리나 졸리가 대표적이다. 졸리는 2001년부터 캄보디아 출신 매덕스(5)와 에티오피아 출신 자하라(2)를 입양해 키워왔고, 지난해 브래드 피트와의 사이에서 딸 실로를 출산한 후 최근엔 베트남에서 팍스(3)를 입양했다. 이처럼 졸리는 제3세계에서만 아이를 입양해 국경을 초월한 박애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팝스타 마돈나 역시 최근 말라위 출신의 데이비드(3)를 입양했고, 영화 ‘원초적 본능’으로 유명한 샤론 스톤은 2000년과 2005년에 각각 두 아이를 입양했다. 이 외에도 이완 맥그리거, 데미 무어, 제니퍼 로페즈, 멕 라이언 등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입양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입양은 국내 스타들 사이에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배우 윤석화씨는 2003년 아들 수민(5)이를 공개입양한 데 이어 얼마 전엔 둘째아이를 입양했다. 톱스타 부부 차인표·신애라씨도 2005년 예은(3)이를 입양해 화제를 모은바 있고, 얼마 전엔 성당에서 세례를 받는 예은이의 사진을 공개해 네티즌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이 밖에 디자이너 앙드레김과 가수 조영남씨, 개그우먼 이옥주씨 등이 입양 대열에 함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스타들의 공개입양 효과는 점점 실적으로서 입증되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5년간 공개입양은 30~40%대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여기에는 스타들의 공개입양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호주에서는 안젤리나 졸리의 영향으로 해외입양이 3배나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입양 #입양휴가제 #위탁모 #홀트아동복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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