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지금 불꽃 축제 중.송상호
그렇게 사전 회의가 끝나면 행동 개시를 한다. 지네들이 알아서 하는 일이니 얼마나 신나고 좋은지 모른다. 누가 잘했니 못 했니 할 것도 없다. 손발이 척척 들어맞는다.
조금 있다가 무슨 조직이 모여들 듯 새까만 밤에 촛불 하나를 앞세우고 옥상으로 모여든다. 예정대로 '미녀 삼총사' 중 한 아이의 집 옥상에 모인다. 깜깜한 밤에 촛불이 인도를 하고 아이들이 몇 명 뒤따르는 걸 보니 흡사 무슨 성스러운 종교예식인 듯 보인다. 아이들의 쉴 새 없는 수다가 성스러운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는 것 빼고는.
옥상에 모인 아이들은 각자 불꽃을 들고 가져간 양초에 불을 붙인다. 붙이자마자 아이들은 불꽃을 들고 빙빙 돌리며 난리다.
"야. 신난다."
"이것 봐라! 내 거는 더 반짝거려."
그렇게 한참을 그러다가 불꽃이 다 떨어졌는데도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다. 환한 양초를 놓고는 놀이를 하잔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가 뒤돌아서서 외치면 다른 아이들은 조금씩 진으로 다가가는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몰래 몰래 진으로 다가가는 스릴은 달도 뜨지 않은 캄캄한 밤이라 더해진다. 양초에서 나오는 빛 하나, 그리고 멀찌감치 비쳐오는 마을의 가로등 불빛을 빛 삼아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가 이어진 게다.
"아이, 이것 말고 우리 뭐할까?"
"그럼, 여기 다들 모여 봐."
"우리 여기 앉아서 '007빵' 하자."
"그래 그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