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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특허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적절한 가치 인정
2) 특허의약품과 제너릭 의약품 간 절차, 기준의 비차별적 운영
3) 새로운 안전성, 유효성에 근거한 추가 적응증 등의 급여신청과 가격조정 허용
4) 가격결정 시 비교대상 의약품 및 의료기기보다 높은 급여가격 신청 허용
5) 독립적 이의신청절차(Independent Review Process) 마련
6) 의약품․의료기기 위원회 설치(양국 보건의료 및 통상관료)
7) 급여결정기구 및 위원회 명단 공개
간단하게 몇 가지만 살펴보자.
"특허의약품의 적절한 가치 인정"이라는 간단한 문구는 마치 '잭의 콩나무'와 같다. 아마도 1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우리는 끝 간 데 없이 치솟아 버린 약값을 넋 놓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신약은 "신물질의약품 또는 신물질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한 복합제제 의약품"이며, 특허는 "신물질인 경우는 물론이고, 신물질이 아니어도 주사를 알약으로 바꾼다거나, 복용량을 바꾸거나, 새로운 효능을 추가하는 경우 등"에도 부여받을 수 있다.
따라서 특허를 중심으로 하면 '적절한' 가치인정의 대상이 되는 품목 수가 크게 증가한다. 부지런하지 못한 탓일지 모르나,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에서 가치인정 대상을 "혁신적 의약품(즉 신약)"이 아닌 "특허 의약품"으로 한 사례를 찾지 못했다.
'적절한 가치'의 기준에 따라서도 의약품 가격은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적절한 가치의 기준이 A7(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평균가격이라면 '특허' 의약품의 가격은 현재보다 20%P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미국 기준이라면 그보다 많이 올라갈 것이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6년 동안 건강보험에 등재된 신약 가격은 A7국가 참조가격과 비교해 혁신적 신약은 76% 수준에서, 일반신약은 56% 선에서 결정됐다(심사평가원, 2006. 03). 미국은 그동안 다른 나라의(특히 OECD, 한국 포함) 의약품 가격이 미국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비교대상의약품보다 높은 가격을 신청할 수 있게 허용한 것과 추가적인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바탕으로 한 가격조정신청을 허용한 것도 가격인상을 초래할 요인이다. 비차별적 제도운영은 '신약에 대해서는 가격협상을 하고, 복제의약품은 일정 비율을 반영한다'는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과 충돌한다. 의사들의 처방을 변화시키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신약에 대한 경제성 평가 등도 차별적 행위로 다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새로 만들어지는 의약품·의료기기 위원회는 약제비 통제를 관장하는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 관계자들이 직접적인 통상압력에 노출되는 구조다. 실제 이러한 형태의 위원회가 없는 상태에서도 미국은 1999년 A7가격제도를 도입하게 만들어 약값을 올렸으며, 2002년에는 약값 인하 방안이던 참조가격제(Reference price) 도입을 막은 전력이 있다. 이 위원회에서 다룰 과제의 범위가 불명확한 것도 문제인데, 정부가 공개한 협정문 문구상으로는 보건의료정책 전반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
꿔다 논 보리자루, 의료기기
약가결정제도에 별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더 심한 것은 의료기기분야 영향평가다. 한미FTA 협상에서도 분명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고 각 조항도 의약품과 의료기기 둘 다에 해당하는 것임에도, 분석보고서에는 '의료기기'가 통째로 빠져 있다. 하긴 지난 1년 동안 정부는 의료기기 문제를 거의 말한 적이 없다.
그만큼 사소한 것이면 다행이겠지만, 의료기기도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급여 결정', '가격 결정' 등의 영향을 받는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2004년 기준으로 생산액이 2조2961억원(세계시장의 0.8%)이고 종업원 수가 2만1766명이다. 비중이 적기는 하지만 성장단계에 있는 미래산업이기도 하다.
의료기기에 대한 보험수가는 그동안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단일기준으로(장비의 첨단성에 대한 고려가 없음) 적용돼 왔지만, 특허의료기기의 적절한 가격인정 그리고 비교대상보다 높은 가격신청 인정 등은 미국에서 수입하는 첨단의료기기의 보험수가 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이는 곧 건강보험재정과 국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분석보고서가 제출한 추계방식도 과소추계가 나올 수밖에 없는 전제를 세우고 있다. 보고서는 허가-특허 연계에 따른 제너릭의약품 진입 지연을 9개월로만 고정하고 있는데, 정부도 밝혔다시피 9개월은 한미 양국 간 합의된 것이 아니다.
특허보호에 대한 '내 멋대로' 해석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이 30개월, 미국과 FTA를 체결한 캐나다와 호주는 24개월인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주장하는 9개월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수치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진입 지연 기간을 9개월만이 아닌 24개월, 30개월로 구분해 추계를 했어야 더 정확하게 피해규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인데, 정부는 우리 측 희망사항일 뿐인 9개월만 추계에 반영했다.
특허분쟁율 40%라는 전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외국인 특허가 많아지고 있으며 향후 5~10년 사이에 상당수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국내 기업의 특허담당자에 대한 설문조사만으로 특허분쟁율을 40%로 고정한 것은 제대로 된 전제로 보기 어렵다.
최소한 이미 제도를 운영 중인 미국의 특허분쟁 발생률을 감안했어야 할 것인데, 미국의 경우 특허-허가 연계에 해당하는(FDA 기준 범주 4) 제너릭 신청의 72%에 대해서 오리지널 제약사가 이의신청을 하고 있다.
이제 막 성장단계에 있는 개량신약의 개발율을 12%로 고정한 것과 특허-허가 연계 제도를 도입한 후 변화할 상황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는 것도 과소추계로 이어졌다. 분쟁발생과 이에 따른 위험부담(소송비용 추가부담, 연구개발 투자손실 등)이 커지기 때문에 국내 제약회사가 지금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개량신약 개발에 나서기보다는, 모든 특허가 완전히 끝난 안전한 복제의약품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았다.
한미FTA가 비준된다면, 우리는 정부기준으로 하더라도 10년 동안 연평균 1403억원~3748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정부가 고려하지 않은 변수를 반영한다면 그 두 배를 넘는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고, 기간은 물론 10년을 훌쩍 넘길 것이다.
그렇다면 그 대가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국내 제약기업의 미국 의약품시장 장악? 세계적 제약기업을 보유한 신약개발 강국? 아마도 이 두 가지가 가능하다면, 아니 둘 중 하나라도 가능하다면, 1년에 1~2천억원 정도 부담은 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대가는 지불했는데, 꿈은 이루어질까?
그러나 '우수의약품생산기준(GMP) 상호인증이 안 돼서 미국 수출을 못한 줄 아느냐'는 제약업계의 항의와, 정부 분석보고서에 언급조차 안 된 우수의약품생산기준(GMP) 상호인증(협력)은 국내 제약기업의 미국시장 진출이 앞으로도 만만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오히려 미국의 대형 복제의약품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참고 삼아 보자면, 이미 국내에 진출해 있는 미국 복제의약품 업체인 산도스의 세계시장 매출액은 2004년 당시 25억 달러로 국내 최대 제약업체인 동아제약의 5배 수준이다.
그럼 세계적 신약개발 제약업체 육성은 가능할까? 국내 제약기업 중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 기업의 연구개발비는 화이자의 1%도 되지 않는다. 그간 개발한 국산 신약의 실적도 신통치 않다.
심사평가원이 밝힌 2005년 국산신약의 건강보험 전자청구현황을 보면, 2005년 말을 기준으로 국산신약은 총 10품목에 대해 385억원을 청구했다. 이 중 동아제약 스티렌이 207억원, SK 조인스정이 105억원으로 청구액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국산 신약 1호인 선플라는 1억4천만원, 미국에 진출한 신약인 팩티브는 15억원에 불과하다.
개량신약을 통해 몇 년 동안 규모를 키운다고 해도 어려운 일인데, 이제 막 투자와 성장이 일어나는 개량신약 개발은 한미FTA 협정으로 5년 동안 지연됐다. 그 이후에도 허가-특허 연계에 따른 위험부담은 국내 제약회사들의 개량신약개발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아무래도 참여정부의 대박 꿈은 엉성한 시나리오로 끝날 것 같다. 다시 질문 하나.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얻자고 건강위험을 무릅쓰고 연간 1천억원 아니면 1조원을 퍼주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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