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주 남양홍씨부인의 묘에서 출토된 조선 시대 화려한 수의(염의).석주선기념박물관
따라서 지금 널리 사용되고 있는 삼베 수의는 우리 전통의 수의가 아니라 일제 시대에 어쩔 수 없이 사용된 수의다.
삼베 수의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삼베의 놀라운 효능과 기능이다. 삼베에는 강력한 항균기능과 흡수력이 있어 삼베로 수의로 만들어 입히고 매장하면 땅 속에서도 썩지 않고 그대로 건조, 밀착되어 누런 황골(黃骨)이 된다는 것이다. 황골은 음택풍수에서 말하는 최상의 발복(發福) 원인이 된다.
사실 조선시대 신앙으로까지 추앙받았던 풍수는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이상하게 변질됐다. 국가 공인 지관(地官)이라는 풍수가의 활동이 중단되자 짝퉁 풍수가가 등장하고 이들이 장례풍습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명당이라는 미명 아래 산수 좋은 곳은 모조리 묘 자리로 만들어 버렸으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묘가 파헤쳐지고 이장되는 수난을 당한다. 또한 이들의 폭넓은 활동으로 금양임야(禁養林野, 분묘에 따른 토지 보존)라는 제도와 분묘기지권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스꽝스럽게도 이들은 자신들의 이론을 증명하고 수익을 증대시키는 데 삼베 수의를 활용했다. 여기에는 1976년 발효된 대마관리법도 한몫했는데, 그 희소성으로 인해 삼베의 가치는 급상승한다.
어찌됐건 일제와 짝퉁 풍수업자로 인해 수의(囚衣)로나 사용되던 삼베가 수의(壽衣)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희한한 가치를 인정받아 오늘날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명품 수의로 인정받게 되었다.
자신의 소중한 부모를 위해 윤달에 구입한 수백만원짜리 명품 삼베 수의가 수의(壽衣)가 아닌 수의(囚衣)라면 기분이 어떨까? 상술에 눈이 먼 짝퉁 업자들 말에 현혹되어 돈 들여 불효하지 말고 전통적인 방식 그대로, 입던 옷 깨끗하게 손질하여 활용하는 검소하고 자연스러운 수의문화는 어떠한가.
오는 어버이날, 부모님의 장수를 위해 삼베 수의를 선물하고자 계획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삼베 수의는 거의 대부분 짝퉁 중국산이라고 한다. 전통도 아니고 원칙에도 어긋나며 생산조차 되지 않는 삼베수의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멋들어진 한복이나 화려한 정장 한 벌 사드려야 하지 않을까. 자식이 사준 귀한 평상복, 평소 아껴 입고 손질하며 간직하다 가실 때도 귀하게 차려입으신다면 무척 흐뭇해하실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공유하기
삼베 수의(壽衣)는 전통 아니라 일제 식민지 산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