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밤바람이 서늘한 어느 날, 사당지하철 14번 출구 앞 친구의 손이 사람들 머리 위에서 흔들렸다. 남대문 시장에서 수예점을 하는 친구가 봄밤 나들이를 나선 거다. 추어탕 한 그릇으로 저녁하자며 우리는 4번 출구를 나와 담양추어탕 집에 자리를 잡았다. 대학 1학년 시절에 수줍게 내게 다가오던 친구에게 몇몇 친구가 있었다. 전축이 귀한 때라 우리들은 그 친구네에 가서 판을 틀어 놓고 흔들며 놀았며, 친구 어머니께서는 저녁 밥상을 차려 주시곤 했다. 친구는 건강이 나빠서 가끔 괴로워하며 남이 다 하는 공부를 따라 하지 못했다. 마침내 학교 공부를 못 마치고 아버지가 하는 스테인리스 가게에서 스테인리스 밥그릇에 철필로 축 돌이니 축 결혼기념이니 하는 글씨를 쓰는 남대문 시장의 장사꾼이 되었다. 친구는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남대문 시장의 상인으로 늙었다. 학창 시절도 추억이 삼키고 때로는 우정마저 색깔이 바랠 만큼 세월이 흘러갔다. 그래도 이따금 추억을 두드리며 친구는 전화를 내게 걸어오곤 했다. 광화문이나 시청 가는 길에 나는 불쑥 친구를 찾아가서 만나곤 했다. 시장 바닥에서 파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멸치 몇 개 놓은 깡통맥주를 파는 가게에서 잠시 말을 나누기도 했다. 다시 침묵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에 친구는 아주 미안하다는 듯이 전화를 걸어서 자신의 딸이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서울 사는 우리에게 먼 대구의 한 예식장이라며 참으로 미안하다며 꼭 와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는 친구는 간절했다. 토요일 아침에 서울을 떠나 대구에서 예식을 보고 다시 서울로 오는 12시간을 보내는 축하의 걸음을 하기엔 부담이었다. 그러나 와서 사진을 꼭 찍어 달라는 말에 나는 뿌리칠 수 없었다. 그 친구의 집에서 대학 시절에 함께 춤을 추던 다른 친구는 일이 있어 갈 수 없다고 하니, 나는 남대문 시장 친구의 딸 결혼식에 더 가야만 했다. 사당동까지 남대문 시장 친구가 온 것은 내가 대구까지 왕복하였다고 고맙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이리라. 그러나 요즘 세상에 자기 아들 딸 결혼식에 왔다고 이렇게 찾아와서까지 감사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 친구는 자기 딸의 결혼식에서 비디오와 사진을 찍어서 준 것을 잘 보았고 다들 기뻐한다면서 슬며시 작은 상자 하나를 내민다. 따로 준비한 것이 없어 이것을 준비를 했다는 말과 함께. 함께 우정을 맺은 사십 여년에 우정의 이름으로 부탁하고 우정의 이름으로 웃으면 될 일이 이 친구에게는 우정 이상의 부담을 주었나 보다. 친구를 보내는 사당동 지하철역의 개찰구에서 친구는 몇 번을 뒤 돌아 보며 내게 어서 가라고 손짓을 한다. 집에서 친구가 준 작은 상자를 여니 ‘친구야 고맙다’ 하는 메모 한 장이 있다. 금 다섯 돈 행운의 열쇠와 함께. 큰사진보기 ▲친구는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내게 건넸다.황종원 내게 온 친구의 선물이 기쁘기보다 늙은 친구에게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전해야 편한 그의 우정에 보답 못하여 슬프다. 주기만 하고 받는 일이 드물었던 친구가 ‘어여 가. 어여 가.’하며 사당동 개찰구를 나서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추천3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황종원 (semanto) 내방 구독하기 생산성본부 iso 심사원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시 부터 글을 써왔다. 모아진 글로 "어머니,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수필집을 냈고, 혼불 최명희 찾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글을 썼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보이스피싱으로 뺏긴 돈 찾은 사연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주술사'부터 '서류뭉치'까지... '명태균 게이트' 입 연 제보자 AD AD AD 인기기사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3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4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5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친구가 주고 간 금 다섯 돈의 선물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행담도휴게소 인근 창고에 '방치된' 보물 '주술사'부터 '서류뭉치'까지... '명태균 게이트' 입 연 제보자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