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팀의 친노독자 정당화와 대선변수

등록 2007.05.04 12:49수정 2007.05.0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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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청와대 브리핑은 이색적인 논평을 내놓았다. 정무팀 명의로 내놓은 <‘범여권’표현, 맞지 않습니다>라는 브리핑은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했고, 정부의 정치철학과 함께하지 않는 여타 정당과 인사들을 범여권이라 부르기 어렵다는 게 주장의 요지였다. 단순한 낱말풀이가 아니라 향후 청와대의 행보를 암시한 대목이다.

그 이전에 노 대통령은 최근 상황에 대한 2편의 글을 내놓았다. <정치, 이렇게 가면 안됩니다> 라는 제하로 통합된 노대통령 글은 1) 정치권 밖의 주자들에게는 정당으로 들어와 당당하게 경쟁하라는 주문과 2) 탈당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정치는 가치와 노선이 중심이어야지 당장의 이해관계가 되어선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질타로 인해 고건 전 총리가 낙마했고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도 그 연장선상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던 점,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에게는 ‘보따리장수’라는 모멸까지 안겨주었던 사건들이 있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열린우리당과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전직하하는 상황에서 책임떠넘기기에 대한 비판과 올바른 정치인관에 대한 주문이다. 그리고 ‘범여권론’이 대통령제하에서 다소 어울리지 않는 낱말풀이적 측면이 있긴 하나 크게 보면 대통령의 바른 정치지도자론 언급과 더불어 상식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지적이다.

문제는 구도다.

정치인들의 말은 그 의도가 악하든 선하든 항상 선의의 명분을 달고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야 정치적 성공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선의의 포장을 가지고 정략을 관철하는 것은 자유정치시장의 허용된 규범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최근 청와대와 노대통령의 언급에서 볼 수 있는 구도그리기나 정략을 살펴보는 것도 향후 대선그림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일이다.


그러면 정치구도를 중심으로 최근 청와대의 반응을 보자. ‘범여권’개념을 부정하는 것이나 노 대통령의 언급에 나오는 지도자 자질론을 보면 열린우리당을 이탈하려는 정동영, 김근태는 물론 경선에 불리하다고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등에 대한 명백한 비토다.

또한 지역주의를 반대한 열린우리당의 초심을 강조하고 있는 대통령의 언급과 민주당과 충청권의 국민중심당 등이‘범여권'은 아니다라는 규정에는 지역주의정당이나 후보들과의 연대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것은 그간 열린우리당과 정치권밖 제3후보의 결집을 통한 열린우리당의 외연확대가 실패했다고 보고 친노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즉 열린우리당의 외연확대를 위해 시간을 질질 끌면서 외연확대도 못하면서 스스로 지리멸렬해지는 과정을 단축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중이 구체화된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제는 나갈 사람 다 나간 열린우리당을 확실한 친노직계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 할수 있다.

이와 때맞춰 ‘참여정부평가포럼’도 출범했다. 이 포럼은 나갈 사람 나간 뒤의 열린우리당에 친노직계인사들을 중심으로 채우겠다는 대안적 모임이다. 단순히 참여정부를 평가하겠다는 애초의 취지라면 굳이 각 지역에 평가포럼지부를 만들 이유가 없으나 현실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유추가능한 대목이다.

여기에 참여정부평가포럼의 핵심적 위치에 있는 안희정도 최근 그의 글에서 ‘차별성보다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즉 그간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친노진영의 핵심골간과 지지자들이 대동하여 ‘참여정부평가포럼’에 집결해야 한다는 사발통문격의 글이라 하겠다. 비록 소통방식이 하향식 방식이어서 친노진영 일부의 저항을 받고 있긴 하지만 결국엔 친노핵심부의 의도대로 정리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만일 이런 의도가 구체화되면 정치판은 어떤 구도가 될까.

그것은 노무현과 김대중이란 양대 후견인에 의한 범여권 분할구도가 성립된다는 점을 뜻한다. 현실적으로 기존의 범여권이 친노직계의 열린우리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력 하에 있는 '민주당 + 통합신당파'의 구도로 범여권이 재편된다는 의미다.

물론 김근태, 천정배와 같은 개혁세력이 일부 시민사회와 결합하여 하나의 개혁정치세력이 된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흡인력 범주내에 위치하는 비노 정치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손학규도 최근 발족한 ‘선진평화포럼’이란 명칭에서 ‘평화’를 삽입함으로써 햇볕정책계승의지를 밝힌 대목과 이른바 자숙기간이후 맨 처음 행보를 광주에서 시작한 점 등을 볼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일정하게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충청권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중심당도 전통적인 DJP연합구도나 한나라당과의 연합구도, 그리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친노 열린우리당과의 연대구도 등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에서 상수가 아닌 변수를 자임하고 있어 독립적 블럭이라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니까 청와대가 가고자 하는 길은 범여권에서 친노직계만 배제된 대다수 진영, 즉 민주당 + 김근태,정동영, 천정배 + 손학규로 구성된 김대중 후견인 체제와 소수의 친노직계로 병립되는 구도를 감수하며 현실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의 구상은 사실상 분열구도다. 범여권을 안고 가며 지리멸렬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친노진영을 하나의 세력권으로 만들어 독자적인 대선후보를 내세우고 내년의 총선을 독자정당으로 치루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구도가 이번 대선에서 얼마나 생산적인 구도가 될 것인가이다.

노 대통령이 평소 강조해온 대로 정당구도와 대선구도를 달리하는 방편으로서의 분열구도라면, 즉 정당은 이념노선에 맞는 사람들끼리 하고 대선구도는 후보단일화 등의 방식을 통해 반한나라후보연합 방식으로 가져갈 수 있는 구도의 출발이라면 범여권의 대선희망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구도짜기가 안희정이 언급한 거처럼 ‘원칙과 상식의 길을 가다 정권을 놓칠 수도 있으며 그 책임은 우리가 아닌 다른 곳이 져야 한다’는 방식의 분열구도라면 이는 대선필패의 구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그럴 가능성이 없지도 않은 것이 최근 청와대와 노 대통령, 그리고 참여정부평가포럼 발족식 전후에 나온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지역주의 정당이나 후보들과의 연합이나 연대의 가능성보다는 단절의 가능성을 더 많이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올 대선에서 이른 바 범여권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구도는 전통적인 지지세력의 복원, 즉 지역적으로는 호남과 충청지역, 그리고 계층적으로는 수도권과 영남의 개혁지향적 유권자를 묶어 세우는 방법이라고 한다면 김대중표 + 노무현표의 결집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나타났듯이 노무현 후보가 마지막까지 색깔이 다른 정몽준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거부하려는 흐름과 몸짓이 올 대선에서 현실화되어 나타난다면, 즉 김대중의 영향력하에 있는 민주당, 국중당 등과의 후보연대를 보이콧하는 형태로 나타난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대선승리를 돕는 결과가 될수도 있다. 즉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될 당시의 이인제 역할을 친노직계가 하게되는 역설적 상황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거듭 말해왔지만 이른 바 범여권의 필승노선은 김대중 노선과 노무현 노선의 창조적 결합과 계승이다. 그런데 후견인 김대중은 김대중대로 가고 노무현은 노무현대로 간다면 이는 대선과 총선 필패는 물론 또 다른 의미의 보스정치의 출현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참여정부의 노선과 배치될 뿐 아니라 의도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지역주의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영속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나름대로 지역주의를 극복하려는 김영삼, 김대중 두 정부가 그룻된 처신으로 역설적으로 지역주의를 더 키우고 온존시켰던 과정을 보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여기에 친노직계가 고민해야할 역사적 이정표가 있다. 그간 노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친노진영 정치인들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말하자면 지금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직계는 대선승리는 물론 지역주의와 보스정치라는 구태정치와의 투쟁전선에서 결과적으로 어느 쪽에 설 것인가를 시험받는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사족.

적지 않은 사람들이 노대통령의 지지도를 30~40%라고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오산이다. 이는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도에 대한 만족도를 물어본 답변이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 즉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질문에 대한 유권자의 답변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대선후보자 중의 한사람인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와 질적으로 다른 지표다. 그런데 간혹 노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 지지도를 근거로 해서 친노직계의 대선후보가 이런 지지를 기본적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착각을 하는데 이는 87년 평민당 김대중 후보측의 4자필승론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4자필승론에 의해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김대중 후보로 인해 압도적인 민주화지지 표가 분산되어 노태우 정권이 탄생되었다는 점을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치뤄진 4·25 재보선의 특징중의 하나가 한나라당의 참패인데 여기에는 무노전선, 즉 노무현 대통령의 영향력이 개입된 후보가 없었던 점이 전제되었기 때문이란 비노진영측의 평가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데일리서프라이즈에도 동시 송고한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데일리서프라이즈에도 동시 송고한 글입니다.
#노무현 #대선 #참여정부평가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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