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종호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의 공력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명쾌하게 규정했다. 한나라당 분열상의 본질은 "당권 경쟁"이라고 했다.
이회창 전 총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후보들이 당권 경쟁 때문에 서로 극단적인 자기 입장과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돌아보니 실제로 그렇다. 한나라당 내부 분열상의 핵심문제는 강재섭 대표 퇴진 여부였다. 이명박 캠프는 강재섭 대표를 공격했고 박근혜 캠프는 엄호했다. 강재섭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에 가까운 인물이고, 비록 일부나마 그에게 당권이 쏠려있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두 캠프의 공방전은 '땅따먹기' 게임 성격을 띠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땅따먹기' 게임이 혈전으로 번진 이유는 <한국일보> 지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빙이라고 했다.
지지 의원 숫자가 이명박 전 시장 58명, 박근혜 전 대표 44명으로 자체 분류되고 있다고 했다. 당원협의회 위원장의 경우 50대 50이라고 했다. 대의원의 경우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3월 실시한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 40%, 이명박 전 시장 38.6%였다고 했다.
엇비슷하다.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제3자에겐 재미 백배인 관전거리지만, 두 캠프로선 속 태우는 불안상태다.
'소리 없는 전쟁', 즉 의원 줄 세우기로도 우열을 확실히 가르지 못하던 차에 4·25재보선에서 참패했다. 팽팽한 균형 상태에 금을 긋는 결정적 계기가 만들어졌다. 공격과 엄호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추가 설명이 필요한 게 있다. 온도차다. 강재섭 대표가 당 쇄신안을 발표하자마자 박근혜 전 대표는 즉각 수용 방침을 밝힌 반면, 이명박 전 시장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박근혜 전 대표가 4·25재보선 패배, 특히 최대 승부처였던 대전 서을의 패배가 이명박 전 시장의 행정중심도시 반대 언행 때문이었다고 즉각 공격에 나선 반면, 이명박 전 시장은 말을 아끼면서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를 만류하는 데 진력했다.
'이명박 비토론'으로 공세 나선 박 캠프, 관리 모드로 방어 나선 이 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