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를 달리고 있는 사르코지 후보가 1차투표 전인 지난 20일 한 농장을 방문해 자신감을 과시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여성과 남성의 성대결에 나선 두 후보는 국모와 가장을 자처한다. 루아얄의 대선 스폿 광고는 자녀를 보호하는 어머니를 부각시킨 반면, 사르코지는 엄격하고 권위적인 아버지를 강조했다. 좌파와 우파를 대변하는 두 후보는 노동과 미국을 보는 시각 등에서도 확연히 구별되고 있다.
"더 일하고 더 벌자."
주 35시간 노동을 정면 공격하는 사르코지에게 프랑스는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의 것이다. 루아얄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의 편에 서있다.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한 사르코지는 '프랑스가 동맹국 미국을 배신하는 일은 두 번 다시 있을 수 없다'며 사과에 가까운 발언을 했고, 루아얄은 최근 '프랑스가 미국에 사과할 이유는 없으며 사과하지도 않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상호 비방에도 인색하지 않은 두 후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설전이 있다.
"사르코지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사안에 답을 갖고 있다."
각종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주저없이 자신의 견해를 밝혀온 사르코지를 향한 루아얄의 비아냥이었다. 사르코지는 이렇게 응수했다.
"그렇다면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런 답도 없는 후보에게 투표하라."
아버지 사르코지와 어머니 루아얄
두 후보가 프랑스 역사를 통해 세우고 있는 각종 기록도 눈여겨 볼 일이다.
이를테면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후보가 결선에 올랐다. 그리고 이번에 결선에 오른 두 후보는 현직 대통령도 총리도 아니다. 1981년 이후 처음이다. 또한 2차 대전을 겪지 않은 첫 후보들이 처음으로 당원에 의해 선출됐다.
그리고 지난 28일에는 또 하나의 기록이 수립됐다.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결선에 오른 후보와 탈락한 후보의 공개 TV 토론이 성사된 것.
사르코지는 전화를 했고 루아얄은 편지를 썼다. 누구에게? 사르코지가 보기엔 좌파요, 루아얄이 보기엔 우파인 '중도파' 프랑스민주연합(UDF)의 프랑수아 바이루(56)에게.
지난 22일 실시된 대선 1차 투표에서 탈락하기는 했어도 18.57%라는 무시할 수 없는 득표율을 기록한 바이루의 유권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다음달 6일 결선 투표의 관건이었던 것이다. 바이루에게 투표한 '사르코지도 싫고 루아얄도 싫은' 680만 유권자의 향방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25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바이루는 결선에 오른 두 후보 중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것을 선택'한 바 있다. 중도파다운 결정이다.
그러나 유독 사르코지에 비판적이었던 바이루가 선호하는 인물을 짐작하기는 그러나 어렵지 않았다. 1차투표에서 사르코지에 5.31%P 뒤진 25.87%를 획득한 루아얄이 바이루에 급히 러브콜을 보낸 이유다.
사회당이 타 세력과 연대를 모색한 예는 그러나 루아얄의 경우가 처음은 아니다.
프랑스에 보통선거가 도입된 1965년 사회당과 공산당(PCF)의 단일 후보였던 미테랑은 대중공화국운동(MRP)의 장 르카뉘에를 회유했고, 1974년 다시 좌파 단일후보로 나선 미테랑은 현 집권 대중운동연합의 전신인 공화국연합(RPR) 후보 자크 샤방-델마와 연대를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미테랑을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은 1981년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당시 대통령을 배신한 자크 시라크 현 프랑스 대통령의 '술수'였다.
사르코지만 빼고 모두? 루아얄을 위해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