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권이 발간된 <라이어 게임>학산문화사, 리브로
그의 신작 <라이어 게임>은, 그의 전매특허인 '심리적 공방전'을 더욱 적극적으로 내세운다. 그런데 한가지 특징이 있다면, 비슷한 소재와 구성으로 인기를 누린 다른 작품의 흔적도 발견된다는 것.
가는 곳마다 속아 넘기 바쁜 미련퉁이 소녀 '나오'는 우연히 상자를 열었다가, '상자를 열면 반드시 참여해야만 하는' 라이어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한 달 동안 상대방의 1억 엔을 빼앗아야만 하는 게임이다. 거짓말도, 사기도, 모두 허용된다. 속여서 빼앗아 그것을 지키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분명히 아니다. 게다가 '나오'는 '가는 곳마다 속아 넘기 바쁜' 소녀가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나오'의 첫 대전 상대로 중학생 시절의 은사로 설정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게임은, 그리고 돈으로 움직이는 우리의 냉정한 세상은, 때로는 스승과 제자의 오붓한 사이도 철저하게 갈라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일컬어, 전문용어로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고 표현한다. 목욕탕에서 뜨거운 물에 들어간 아버지의 '시원하다'는 말에 '속아넘어가' 데인 아들만이 하는 표현이 아닌 것이다.
돈과 욕망을 놓고 벌이는 심리적인 공방전, 그리고 '나오'를 돕는 천재적인 젊은 사기꾼 '아키야마'의 등장. '아키야마'의 이미지는 만화 <검은 사기>의 주인공으로서, 사기꾼 잡아먹는 사기꾼, 일명 '흑로'로 등장하는 '쿠로사기'와 비슷한 면이 있다.
인간의 심리를 영악하게 활용하는 천부적인 재능과, 사기의 세계로 가게 된 '원한' 등, 젊은 사기꾼들에게서 느껴지는 모종의 공통점이 엿보인다.
<라이어 게임>은 '나오' 콤비와 선생님과의 1억엔 대결이 끝나면서, 새로운 대결 구도로 접어들었다. 1차전의 승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게임을 주최하는 '오너'가 집단적인 게임을 제의하는 것이다.
마니아들은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도박묵시록 카이지>에서도 이와 비슷한 설정을 목격한 적이 있는데, 서로 무너뜨리고 쓰러뜨리기 위해 벌이는 사기의 모든 것, 그리고 적나라한 합종연횡 등, 인간이 돈과 이득 앞에서 어디까지 머리를 짜내고 지독해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필자는 <라이어 게임>에 그렇듯 비슷한 설정이 등장해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만, 카이타니 시노부에게도 그만의 분명한 뚝심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한다.
인간이 어디까지 더럽고 치사해질 수 있는지 확인한다는 것은 분명 괴로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간 세상의 한구석은 분명 그렇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