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으로 풀어본 아베 신조의 망언

아베 신조가 부시를 만나 또 어떤 거짓말을 하고있는지 주목해야

등록 2007.04.28 18:37수정 2007.04.2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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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시원(始原)에 대한 해학(諧謔)이 있다. 에덴을 탈출한 인간들이 너무나 고지식한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구천상제(九天上帝)가 거짓말 판도라 박스 세 개를 하계(下界)에 떨어뜨렸다. 이 세 개의 판도라 박스 가운데 하나는 이원(梨園: 妓界)의 기생들이, 다른 하나는 청포(靑袍: 政界)의 벼슬아치가,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저자(商界)의 거간이 차지했다.

사실 청루(靑樓)의 기생이 '나는 당신이 좋아!' 하는 말이나, 정치모리배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라는 감언이설이나, 거간이 '특별할인' 운운하는 것은 대개가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막상막하(莫上莫下)다.

일제 성노예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일본 총리 아베 신조의 주장을 듣고 보니 임진왜란을 준비하기 위해 첩자로 조선 땅에 밀파되어 기방(妓房)을 전전하던 왜장(倭將) 코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이원(梨園)에 깊숙이 감추어 놓은 구천상제의 거짓말 판도라 박스를 훔쳐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거짓말이라고 무턱대고 악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종의 심리적 카타르시스로 널리 즐기고 있은 해학은 '하얀' 거짓말로 영미에서 조크로 승화되고 있다. 사실 조크는 정신적 체증을 해소시키는 특효약이다.

미국인들의 '스탠드업' 코미디는 이 해학의 백미가 아닌가 싶다. 얼마 전 미국 정가에서 만인의 인구에 회자되던 코미디에 이런 게 있었다.

조지 부시가 타계(他界)해서 하데스가 관장하는 지하계의 문 앞에 당도했을 때 문지기 베드로가 그를 가로막고 '당신이 누구요?' 하자 부시가 '나는 미국 대통령을 지냈던 사람인데 당신이 나를 몰라보다니!' 했겠다. 베드로가 '그럼 당신이 진짜 부신지 테스트를 해봅시다. 전에 지구에서 오신 손님들 가운데 셰익스피어는 문학론을 펴서 그의 신분을 밝혔고, 그리고 상대성원리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은….'

이때 부시가 물었다. '아인슈타인이라구요? 어디 선가 그 이름을 들은 것 같은 데… 혹시 공화당에 뇌물을 많이 바치고 감투를 쓴 사람이 아닌가요?' 한동안 폭소를 터트린 베드로가 '됐습니다. 당신이 부시인 게 틀림없어요. 어서 들어오세요'하며 황천길을 안내했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 집 개는 금목걸이를 하고 있다'는 한국의 우스갯소리는 한 층 차원이 높은 해학인 것 같다. 친구들에게 이렇게 자랑하는 아버지의 얘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철부지 아들이 '우리 어머니가 이웃집 아저씨와 번개팅하고 몰래 개구멍으로 들어오다 금목걸이가 나뭇가지에 걸렸는데 그게 뒤따라 들어오던 개의 목에 걸렸거든요'라고 해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 '선의의 과장'(?)이 인간의 깊은 영혼의 언저리를 감흥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는 메카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을 가난하게 보냈다. 그는 대상(隊商)을 따라 시리아를 왕래하면서 문득 영감을 얻고, 종교를 통해 민중을 구제해 보겠다는 결심을 한다.


당시 아라비아인들은 부족마다 고유의 종교를 가지고 대립하고 있었다. 마호메트는 유일신(唯一神) 알라에 대한 신앙을 받들고 자신이 알라의 사도(使徒)이며, 예언자라고 선포하고 아라비아 민족의 정치적 통일을 꾀했다.

그는 자기의 귀에 보리쌀을 넣어 놓고 비둘기가 쪼아 먹도록 훈련을 시켰다. 그리고 그가 포교할 때 그의 어깨에 앉아있던 비둘기가 모이를 먹기 위해 그의 귀를 후비는 것을 본 사람들이 의아해하면 그는 비둘기가 알라의 메신저라며 '바로 지금 알라 신이 나에게 신탁(神託)을 내리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마호메트의 산(山) 이야기는 삼차원적인 궤변의 진수로 여겨진다. 그가 알라의 포교에 나서자 아라비아인들은 '당신이 신의 사도라는 사실을 증거로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마호메트는 그 같은 요구는 신을 시험하는 간사한 행위이며, 신의 노여움을 자초할 것이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주위의 요구가 거세지 자 그는 사퍼산을 향해 '이리 옮겨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물론 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때 마호메트는 태연하게 말했다. '오, 신은 위대하다. 만일 저 산이 우리에게 다가왔으면 우리는 모두 깔려 죽었을 거야. 나는 당장 사퍼산에 가서 신의 자비를 찬양하리라.' 그리고 그는 사퍼산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이 같은 선의의 과장은 불가사의한 미지의 세계에 무한한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주고, 메마른 인심에 낭만과 위트와 해학을 제공한다.

하지만 요즈음 우리들을 웃기고 있는 아베의 '강제성이 없었다'라는 주장은 역사와 진실을 왜곡하는 악의에 찬 '새빨간' 거짓말이다. 하기야 일제때 일본은 광개토대왕비(碑)를 개작하여 한때 일본이 대륙을 지배한 양 역사를 속인 게 알려져 전세계의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었음에랴! 그러나 나는 이 못 된 왜인(倭人) 근성을 개탄하기보다 웃어넘기는 여유를 보이고 싶다.

자, 이제 냉정한 이성을 가지고 사리를 판단해 보자. 아베는 이십만 이상의 꽃다운 소녀들을 납치해서 '정신대'라는 퍽 그럴 듯한 이름을 붙여 군부대 인근에 합숙시켜 집단강간, 고문, 살인, 심지어는 자살하도록까지 학대한 엄연한 사실을 "강제성이 없었다"며 부인했다.

나는 기억한다. 당시는 아녀자가 혼자 문밖에 나가는 것도 허용이 되지 않았던 엄한 도덕률이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의 엄했던 여성에 대한 사회적 제약을 상기한다면 아베의 역설이 얼마나 추한 역사와 진실의 왜곡이라는 점을 헤아리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강제동원이 없었다면 한두 사람도 아니고 이십만이 넘는 아녀자들이 인근지역도 아닌 수만리 타국을 전전하며 남자들만의 군부대를 따라다닐 수 있겠는가?

일본 정부의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 관방장관의 담화'는 일본의 많은 양심적 학자들이 산더미 같은 일제의 군사문건을 뒤져 강제동원 자료를 찾아 발표한 연후에 나왔던 사실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베가 이를 부인하는 것은 그가 일제의 만행을 또다시 자행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가 부시를 만나 또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의 독자들은 미래 지향적인 의식을 가졌을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이 중요한 문제가 동북아시아 전체 민중들에게 중요한 의제라는 사실을 수차 아무리 외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아 답답해서, 이 딱딱한 문제를 해학적으로 풀어 봤습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의 독자들은 미래 지향적인 의식을 가졌을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이 중요한 문제가 동북아시아 전체 민중들에게 중요한 의제라는 사실을 수차 아무리 외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아 답답해서, 이 딱딱한 문제를 해학적으로 풀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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