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모임,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 소속 회원들이 지난 2월23일 서울 종로 내수동 이형모 전 시민의신문 사장이 근무하는 사무실앞에서 `성폭력 가해자 이형모는 명예훼손 `역`고소를 철회하고 시민사회운동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8개여월 간에 겪은 <시민의신문> 사태는 시민사회 내부의 거대한 부조리 그 자체였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은 노조나 직원들의 미숙함이나 의도 같은 것을 지적하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지만, 결코 우리에게는 특별한 목적이나 의도 같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저 기자로서 언론사 직원으로서 양심을 갖고 행동했으며, 다시는 이같은 사건이 재연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제 <시민의신문> 사태는 큰 분기점에 도달했습니다. 외형적으로 '신문사 청산'이라는 상황과 내적으로 사태의 원인과 발단 등과 관련한 사법적 다툼, 사회적 평가 등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작용과 반작용에 있어서 '반작용'의 큰 축을 이뤘던 <시민의신문> 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그간의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시민사회와 독자, 주주, 이해 당사자들께 도의적으로 사과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상처와 아픔을 겪으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그 분들께는 사과의 말씀을, 염려와 안타까움으로 <시민의신문>을 지켜보고, 도와주셨던 모든 분들께는 감사와 고마움의 말씀들 드립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점은 '운동 사회내 성폭력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폭력에 대한 처벌에 있어서 은폐나 2·3차 성폭력 가해 등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언론사주의 독단과 전횡은 언론자유의 최대의 적'이라는 교훈입니다.
<시민의신문> 안팎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은 관련자들과 주변인들, 가족들을 포함해 엄청난 상처와 고통을 안겨줬습니다. 지난 8개여 월 동안에 성폭력에 싸워온 이들은 안팎으로부터 수많은 의혹과 오해, 음모론 등에 시달렸습니다.
그 동안에도 다른 시민사회단체 내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제보를 여러 차례 받기도 했습니다. 운동사회 내 성폭력, 우리 사회내 성폭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잘못한 게 있다면 먼저 고백해주십시오
앞서 언급했다시피, 언론노조의 횡령 건은 우리 사회 운동 진영 내부의 안일과 나태함, 부조리에서 발생한 중대한 사건입니다. 마찬가지로 <시민의신문> 사태에서 벌어진 부조리 역시 운동 사회가 안고 있는 내부적 부도덕함의 표출입니다.
당사자들의 부도덕함 등도 원인이겠지만 그들을 감싸주는 주위의 온정주의에서 더욱 사건이 확대되는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운동 사회 내부의 지연·인맥·학연 등의 관계에서 상호 비판과 감시·견제를 하지 못하고, 화근을 키우고, 문제를 재생산한 데서 파국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합니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자는 무죄가 되고, 돈 없고 힘없는 자들은 유죄를 받는 법칙은 시민사회 내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힘이 있으니 일단 버텨보자는 식, 내가 먼저 걸어서 상대방 약자에게 압박을 가하자는 식 등입니다.
<시민의신문> 사태와 최근의 언론노조 사건을 보면서 시민사회 운동 진영 내에서는 부조리에 대한 해결방식 역시 사법당국에 대한 고소와 고발 등에 우선 의존하기보다는 내부에서 자체 자정과 해결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됩니다.
권력이나 공권력 등에 기대어 손쉽게 재빨리 문제를 해결하려는 속성주의, 타율적 방식이야말로 한번쯤 되돌아보고 경계해야 할 지점이 아닌지 묻고자 합니다.
잘못을 범한 운동사회 내 인사들이 있다면 호소합니다. 먼저 고백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합당한 사회적, 법적 책임을 져 주시기 바랍니다. 간절한 호소입니다. 주위에서도 설득해 주시고, 감시·비판·견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운동 사회 내부의 부조리와 부도덕함,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 단호하게 단죄하지 못한 일들이 결국 크나큰 사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비호하고, 덮고, 옹호해 준 행위들이 끝내 범죄자를 낳게 된 것입니다. 진정으로 반성하고, 바로 잡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다함으로써 새롭게 거듭나야 합니다. 남의 허물을 탓하기 전에 앞서 우리 내부의 부조리와 부도덕함, 범죄에 대해서 되돌아보고, 고쳐야 할 것입니다.
정리해고 당했지만, 저는 지금도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