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자료사진).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음 청와대.
나름대로 일관성은 있다. 주요 국정과제였던 국민연금법과 로스쿨법이 국회의 눈치 보기와 이익단체의 저항에 막혀 장기표류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매듭을 지어야 했다. 전부를 취할 수 없으면 '살을 주고 뼈를 갉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차기정부에 부담을 떠넘기지 않고 국정을 매듭짓기 위해선 '딜'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형상으로는 그렇다. 군살을 쏙 뺀 S라인 처방 같다. 하지만 아니다. 옷을 한 겹만 벗기면 다른 체형이 나타난다. A라인이다.
각설하고 하나만 비교하자. 국민연금법이다. 애초 정부안은 보험료율을 9%에서 12.9%로 올리고 급여율은 평균소득의 60%에서 50%로 낮추는 것이었다. 이 안이 '딜' 과정에서 보험료율은 그대로, 급여율은 40%로 낮추는 것으로 조정됐다.
산수 수준에서 계산한다면 무리인 것만은 아니다. 말 그대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 재정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국민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노후를 보장한다는 국민연금 취지를 무색케 하는 조정이다. 급여율을 40%로 낮추면, 월 180만원을 버는 근로소득자가 20년 후에 받는 돈이 36만원으로 줄어든다. 당초 급여율에선 54만원을 받게 돼 있다. 우리나라 한 달 최저생계비 43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용돈연금'이란 말이 나온다.
이걸 두고 국정 매듭짓기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쪽에선 좋게 말해 실적 쌓기고 나쁘게 말해 한건주의라고 한다.
겉치장에만 신경 쓰는 여권
이런 혹평이 나오는 이유가 있다. 내년 상반기에 국민연금 재정을 재계산하도록 돼 있다. 이 계산 결과에 따라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급여율은 재조정될 수도 있다. 어차피 1년 뒤에 재계산돼야 할 게 국민연금 재정이고 보험료·급여율이라면, 그리고 국민연금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는 개정이라면 차라리 차기 정부, 차기 국회로 넘겨 사회적 합의를 끌어냈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보험료율과 급여율을 하루 빨리 조정하지 않으면 앉은 자리에서 국민연금을 까먹는데 어떻게 한가한 얘기를 하느냐는 말도 있지만, 그건 국민연금만 놓고 하는 얘기다. 정말로 '플러스 마이너스 셈법'을 하려면 사학법 재개정과의 함수관계를 놓고 하는 게 맞다. 간단히 말해 사학법을 내주고서라도 움켜쥘 만큼 값어치가 있는 것이라면, 역지사지의 자세로 헤아리겠지만 국민연금법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A라인이란 말이 적절하다. 얼굴은 번지르르한데 밑으로 내려갈수록 복부비만 증세를 보인다. 자칫하다간 국민연금과 사학법을 모두 삼겹살을 만들게 할 수 있다.
닮았다. 열린우리당이나 청와대 모두 '모양새'에 신경 쓴다. 속살이 아니라 피부 미용에 지나치게 신경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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