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고 백남준씨 분향소가 마련된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1층 중앙홀 고인의 작품인 '다다익선'앞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피하려고 노력한다 해도 눈에 띄는 조형물이 있다. 바로 백남준의 '다다익선'이란 상설 전시작품인데, 총 1003개의 TV로 구성된 탑 모양의 거대 비디오아트다. 지난 1988년도의 서울올림픽 때 세계인에게 보여줄 예술작품을 목표로 백남준에게 의뢰해 만들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질문. 텔레비전의 수명은 보통 15년 전후인데 이 작품은 왜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2003년도에 삼성전자의 지원으로 텔레비전을 교체했기 때문이다. 다시 질문, 재료가 바뀌고도 이 작품은 '다다익선' 진품이 맞을까?
실제로 '다다익선'을 비롯한 백남준의 작품은 상당수가 전기·전자와 관련된 작품들이다. 이런 제품들은 다른 예술재료에 비해 수명이 짧다. 이 때문에 작품의 수명이 단기간에 끝나버리게 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점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많은 고민을 하다가 직접 백남준을 찾아가 교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고 한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소프트웨어는 놔둔 채 TV를 교체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뜻은 그대로 남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하는 작품. 의미는 그대로이되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작품이다. 백남준의 작품은 그렇게 오랫동안 남아있는 것이다. (근데 2010년이 넘어가면 LCD TV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참고로 '다다익선'과 재미있는 사실 몇 가지 더!
① 일부 사람들(특히 초등학생들)이 장난으로 TV를 꺼 놓아서 중간중간에 꺼진 것도 있다. ② 이 작품을 유지하기 위한 한 달 전기료는 무려 10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단다. ③ 이 많은 TV를 유지하고자 탑 중앙에는 냉각기가 3개가 있어 TV에서 나오는 열을 식혀주기도 한단다.
[작품② 24시간] 샤롯 무어만과 2인조, 온갖 해프닝으로 퍼포먼스
전세계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사건으로 '24시간(24 Stunden)' 퍼포먼스가 있다.
이 퍼포먼스 홍보 포스터에서 제일 위에 나오는 이름 조셉 보이스(Joseph Beuys)는 중절모를 쓰고 죽은 토끼를 들고 나와 그림을 가르치겠다는 하는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치즈 위에서 취침을 취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샤롯 무어만(Charlotte Moorman)과 백남준은 2인조로 갖가지 해프닝을 벌였는데, 특히 무어맨은 혼자서 반나체로 첼로를 연주하기도 하고 텔레비전으로 만든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 외에 바젠 브록(Bazon Brock)은 1시간에 1줄의 시를 쓰는 퍼포먼스를 펼쳤으며, 토마스 슈미트(Tomas Schmit)는 물 떨어지는 소리로 볼프 포스텔은 쇠고기에 칼을 찔렀다 빼는 퍼포먼스로 공연을 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이 행위예술들은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자부심이 강했던 백남준은 '부퍼탈-카드 7번' 등으로 부퍼탈이 자신을 통해 유명해졌다고 강조하는 작품도 많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