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구읍 수산리 사람들은 이 곳을 '강'이라고 부른다.배지영
남편은 '소파 선생'이다. 주말이면 소파에 누워서 리모콘 누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남편은 주말에도 약속이 많아서 '소파 선생'의 본분을 지키기가 어렵다.
나는 '글루미 선데이'다. 집안에서 주말을 보내면 우울하고 힘이 없다. 인생의 패배자가 된 것 같다. 아이는 '10세 미만', 혼자서도 집에 있을 수 있다고 우기지만 보호자 옆에서 주말을 나야 한다.
식구 셋이서 주말을 오롯이 함께 보내는 건 한 달에 한 번 꼴이다. 그런 날이면 남편은 느지막하게 일어나 밥을 한다. 날씨가 추울 때는 먹고 나서 다시 뭔가 먹을 것을 만들어서 아이와 나를 사육한다. 그러나 날이 풀리면,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나서 과일을 깎고, 차를 우려서 도시락을 만든다.
집에서 나서는 시간은 한낮, 남편은 대천이나 목포에 가자고 하지만 하릴없이 길 위를 배회하다가 가는 곳은 딱 한 군데다. 남편이 나고 자란 곳, 부모님이 살고 계신 곳, 군산시 옥구읍 수산리에 있는 만경강 하구다. 밀물 썰물이 있고, 염전이 있고, 칠게와 도둑게, 숭어와 망둥어가 살던 곳을 동네 사람들은 '강'이라고 부른다.
밥 훔치는 도둑게, 볍씨 먹는 쫑찡이에게도 곁 내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