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여인은 거의 퇴색되지 않은 당시의 옷을 입고 있다.조수영
로프노르 호수와 함께 사라진 왕국 누란(樓蘭)
이노우에 야스시의 소설 <누란>은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잘 버무려 만들어낸 소설이다.
로프노르 호숫가에는 누란이라는 작은 오아시스 나라가 있었다. 누란 사람들은 소금호수인 로프노르에서 소금과 물고기를 얻어 사막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팔며 평화롭게 살았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들은 흉노와 한나라 사이에서 눈치껏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왕의 아들 중 하나는 흉노에, 다른 하나는 한나라에 인질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누란 왕이 죽게 되자, 흉노에 인질로 갔던 왕자인 안귀가 왕위에 올랐다. 안귀는 왕위에 오른 뒤 한나라를 멀리하고 흉노와 가까운 정책을 폈다. 그러자 화가 난 한나라는 안귀를 살해하고, 한나라에 인질로 가있던 안귀의 동생 위도기를 왕위에 앉힌다.
그러나 왕이 된 위도기는 한나라의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나라를 로프노르에서 멀리 떨어진 선선이라는 곳으로 옮겨야 했다. 누란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명과도 같은 호수 로프노르를 떠나 원하지 않는 이주를 해야 했다.
이주 며칠 전, 안귀의 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상 대대로 뿌리내리고 살아오던 로프노르 호수가의 정든 땅을 버리고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누란 사람들은 부인의 시신을 로프노르 호수가 바라보이는 언덕에 묻어준 뒤 누란의 땅을 떠났다.
세월이 오래 흘러 그동안 누란에 원래 살았던 사람은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났고, 새로 태어난 아이들은 누란에 대한 기억도 없이 살아갔다. 그리고 누란이라는 나라는 모래 속에 묻힌 채 지상에서 사라져갔다.
누란이 없어지자, 누란 땅 옆에 있던 로프노르 호수도 점점 물이 마르더니, 아예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이제 누란과 로프노르는 영영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되살아난 로프노르 호수
그로부터 천오백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스웨덴의 탐험가 스웬 헤딘은 누란의 유적을 찾아 나선다. 오랜 세월을 헤매도 찾을 수 없는 누란의 유적을 그리며 사막에 앉아있던 헤딘의 눈에 반짝이는 물줄기가 하나 들어왔다. 그 물줄기는 다시 살아난 로프노르 호수였다. 천오백년마다 물줄기를 바꾸는 이동하는 로프노르 호수가 마침내 다시 옛 누란의 땅으로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헤딘은 돌아온 로프노르 호숫가에서 한 구의 미라를 발굴했다. 그는 그 미라가 로프노르 호수의 누란을 떠날 수 없었던 여인의 무덤이라 생각했다.
덧붙이는 글 | 박물관 2층은 미라의 보존을 위해 사진촬영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부족하지만 메모장의 스케치로 그 느낌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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