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
섬진강변에서 나고 자란 참게잡이 박종선(59세)씨는 "참게는 뭐든지 다 묵는 잡식이지라, 근디 알에서 나와 클라믄 젖을 묵어야 해. 젖이 뭣이냐. 동물성 플랑크톤이여. 돌에 붙은 이끼만 묵어가꼬는 안 큰단 말이세. 그라고 소금 안 묵으먼 미안허지만 마누라하고 잠 잘 일도 없어. 탱크에 가둬 놓은 게도 바닷물 농도로 염분을 맞춰주먼 정확히 삼일이믄 교미를 해. 섬진강서 잽히는 은어, 황어, 게 모두 소금이 필요하제. 나트륨 성분이 없으믄 생식홀몬 생성이 안되거등."
굳이 생물학자가 아니더라도 그의 진단은 꽤나 설득력 있게 들린다.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물길에 몇 개의 댐이 생기고,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수중보들이 하나 둘 건설되면서 강에 의지해 사는 생명들의 수가 많이 줄었다. 더욱이 바위, 자갈, 모래로 이루어진 맑은 물의 섬진강은 바닥이 뻘로 이루어진 탁한 강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한 어종들의 보고였다.
그는 "내가 알기로도 댐 막은 뒤로 한 다섯 가지는 없어져 부렀제. 학명은 모르겄고 사투리로 '불뭉탱이(마치), 댕비리(돌피리), 번지리, 여울피리, 똥쟁이'는 볼 수가 없어. 옛날에는 은어 잡을라고 투망 던지믄 귀찮게 올라와서 다 던져 부렀는디, 인자는 그리워, 보고잡당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