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타결 이후 농업계의 반응을 점검하다

농업전문지의 보도 경향을 분석해 본다

등록 2007.04.06 19:39수정 2007.04.0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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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협상이 체결된 이후 국론이 분열되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 유력 일간지에는 체결을 환영하는 기사와 함께 특정 단체가 지원하는 전면 광고가 게재되고 있으나 농업 부문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 형편이다. 생각하기 나름으로는 모두가 당연지사이리라. 평소의 인식이나 견해가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농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크게 열세인 우리나라 농산물 가운데서 쌀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개방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우의 경우 FTA 체결의 최대 걸림돌인양 비추어지고 있기에 농가들의 반응도 더욱 거세다. 물론 품목별로 개방 시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부문별로 거부 반응이나 대응자세도 다르다. 그러기에 농업계의 반응과 대처해 나갈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농업계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라져 있는 처지이다. 영농에 따른 양극화의 끝자락에 서 있는 형편이나 품목별 소득화 정도에 따라 찬반의 정도에 차이가 있는 정황이기 때문이다. 현실에는 아무래도 반대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형편이다.

한마디로 노무현 대통령 퇴진운동까지도 불사한다는 각오의 목소리가 온통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정부의 방침에 따라 조용히 대응책을 찾아 나서는 농가들도 있을 법 한데... 어쩌거나 급한대로 농업계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 농업전문지에 담긴 현장의 목소리를 점검해 보았다.

먼저 '농민신문'이다. 농업전문지의 대표 격으로 대다수 농민이 참여하고 있는 거대 조직이면서도 개혁을 요구받고 있는 농협중앙회에서 주 3회 발행하고 있다. 얼마전 공금횡령 혐의로 구속됐다가 1심에서 공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농민단체에서 퇴진운동을 벌리고 있는 정대근 회장이 발행인이다.

농민신문은 20면을 발행한 4월 4일자에서 1면 하단 광고를 빼고 거의 전면을 한미FTA협상 타결 소식으로 깔았다. 상단 전체에 걸쳐 뽑아 낸 표제는 ‘우리 농업 다시 벼랑 끝에 서다’이다.

기사에서는 “지난 1994년 UR(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이후 개방 파고에 피폐해진 우리 농업은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려 끝도 없는 ‘추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우리 정부 스스로가 한·미 FTA라는 선택을 통해 자발적으로 농업을 내줬다는 점에서, 농업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엄청난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표현했다.

이어서 “농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의 지지 속에 시민사회 단체들과 함께 반FTA 투쟁에 적극 나섰지만, 철저히 미국 측 시한에 쫓겨 협상 타결에 나선 우리 정부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막지 못한 데 대한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제출 시기는 올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쯤이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오는 12월 대선과 내년 4월 총선 등 줄줄이 이어지는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라고 마무리지었다.

이어서 3면, 4면, 5면을 ‘한미FTA타결’ 특집면을 마련해 닥쳐 올 후폭풍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설하고 있다. 우선 3면은 ‘쌀 제외한 모든 농산물 개방 회오리’란 표제에서 협상이 발효되면 생길 수 있는 농업분야의 피해를 적시하고 있다. 관세 철페 예외 품목 거의 없어 국내 생산액은 2조 이상 감소할 것이 예상되며 UR 때보다 더 큰 피해가 불보듯하듯 하며 국회비준이 쉽지 않을듯 하다고 후속 절차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4면 5면의 제목에 사용한 단어들만 보아도 섬뜩하다. ‘미 쇠고기 수입 초읽기 - 농가 직격탄’ ‘쇠고기 관세 궁극적 철폐-공황’ ‘농업계는 지금 분노, 답답, 불안’ 등이다.

농민신문 인터넷판 캡쳐
농민신문 인터넷판 캡쳐

이어지는 품목별 섹션면 뿐만 아니라 19면의 여론마당에 배치한 데스크칼럼이나 사설 까지도 온통 부정적이다. 데스크칼럼에서는 ‘초등학생 대학생과 대결하라니’라고 제목을 뽑았다. 사설의 제목은 더 자극적이다. ‘농업 희생 FTA타결에 분노한다’ 이다.


다음은 '한국농어민신문'이다. 비교적 젊은 우리나라 농업의 대들보격인 영농인으로 구성된 단체이기에 때로는 농정의 파트너로서 상황에 따라서는 행동으로 농정을 비판하는 형편인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가 대주주로 되어 있는 ‘한국농어민신문’의 논조 역시 주목할만하다.

현재의 박홍수 농림부장관이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발행인을 거쳤으며, 대통령 직속 농어업대책특별위원회 황민영 위원장이 전문경영인으로서 사장 출신이다. 현재는 농림부차관을 지낸 서규용 사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농어민신문은 4월 5일자 신문의 1면에서 ‘한국농업 사망선고…전면 무효화하라’는 제목 아래 ‘한·미FTA협상 결국 타결…농심 술렁’ “얻은 것 없이 퍼주기만” ‘비난 고조- 노 대통령 쇠고기 수입 언급 논란‘ 등의 부제를 뽑고 있다.

한국농어민신문 기사 캡쳐
한국농어민신문 기사 캡쳐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2일 타결되자 농민단체들이 ‘오늘은 한국농업 사형선고의 날’이라고 반발하는 등 농심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협상기일을 2번씩이나 넘겨가며 타결을 매듭지은 정부는 철저히 따져 이익과 원칙을 지켜낸 협상이라고 자평하고 있다.”라고 보도하였다. <인테넷 기사 캡쳐 참조 >

그러나 “농업대국과의 FTA로 직격탄을 맞은 농민단체들은 일방적 퍼주기 협상을 인정할 수 없다며 타결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할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권고를 존중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방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 축산단체들은 국민의 안전을 도외시한 양보라며 반발하고 있다”는 기사도 함께 게재하였다.

한편으로 사설에서 ‘헌신짝 된 대통령의 약속’이란 제목으로 지난 역사 속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농민들의 아픔을 공감하며 함께 나아가기를 기대하고 힘을 보탰으나 결과적으로 취임 후 달라지고 급기야는 농업에 치명타를 입게 할 한미FTA협상 타결의 주인공이 되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아래 내용은 그 전문이다.

“2002년 여름 충남 태안군 전국농업경영인대회가 열리던 세계안면도꽃박람회장에서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본인이 농민의 아들이라며 농업경영인들에게 약속한 것이 있다. 그것은 농민들이 수십 년간 한국의 수출산업 경쟁력을 위해 낮은 곡가로 희생을 감수했으므로 시장경제에 밀린 농촌의 현실개선을 위해 도시생산력과 전 국민의 투자를 전제로 가슴속 뜨거운 관심을 갖고 농업을 지킬 것을 약속한 것이다.

이를 위해 노 후보는 ‘농업은 시장경제에만 맡길 수 없다’고 강조하고 국가안보의 기본 틀인 식량안보를 고려함은 물론 시장논리로 안될 경우 국가의 책임 있는 보호가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WTO재협상(DDA)도 버틸 때까지 버티면서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03년 취임 후 점점 달라지기 시작한 노 대통령은 개방경제의 신봉자가 되어 오히려 엄청난 파급영향을 미칠 한·미FTA를 추진하는 등 농업개방을 가속화함은 물론 외국 방문중 중단된 DDA마저 재개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했다. 지난달 농림부 업무보고에서는 농업이 연간 16조를 투자해도 아무런 성과도 없는 산업이라며 수지가 안 맞아도 살려내라는 전제가 농업에 깔려있다며 논리에도 맞지 않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오호 통제라! 그 결말은 한·미FTA의 타결이었다. 이에 대다수 국민의 희망이어야 할 정치인조차 극소수 기득권을 위한 앵무새가 되어 있다. 그동안 농민과 서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의원마저 FTA의 타당성을 역설하는 모습을 보면서 농민들은 역겨움을 느끼고 있다.

아직 비준이라는 절차는 남아있지만 수십 년간 산업의 수출경쟁력을 위해 저농산물가격정책으로 희생한 농업·농민을 뜨거운 가슴으로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어디로 간 것인가.“

다음은 '한국농정신문'이다. 농업계에서 진보적 단체로 분류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 발간하는 ‘한국농정신문’은 문경식 의장이 발행인을 맡고 있다. 그러기에 더욱 확실히 반대의 목소리를 지피고 있다. 협 체결 이후의 투쟁적 대처가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4월 2일자 지면에서는 일방적 퍼주기 한미 FTA협상 저지 투쟁을 주제로 ‘노무현 대통령은 정녕 매국노가 되려 하는가?’라고 쓴 프랭카드를 들고 시위하는 농민들의 사진을 1면에 배치하고 있다.

지면 곳곳에서 물씬 풍기는 반대의 단어들은 매우 자극적이다. 3면 전체를 반대 투쟁하는 장면의 컬러 사진으로 도배했다. 단식투쟁하는 국회의원, 삭발하는 농민단체 회장, 남대문 앞에서 나락을 뿌리는 성난 농민, 촛불시위에 참가한 어린 아이 등 다양한 내용이다.

8면의 농정춘추 전문가 칼럼에서는 ‘농정철학 빈곤이 빚은 비극, 한미FTA’란 표제로 농업회생근본대책을 외면하고 있는 정부 당국이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2면에는 ‘규모화․경쟁력 지상주의 농정폐기해야“란 표제로 지역재단에서 주최한 ’농촌사회의 새로운 구상‘ 심포지엄 결과 보도에서 정부시책과 반대의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끝으로 '농수축산신문'이다.. 특정 단체를 끼고 있지 않은 독자적인 신문 영리법인으로 다소 중도적이라 할 수 있는 ‘농수축산신문’은 4월 3일자로 16면을 발행하면서 한미FTA협상에 관련한 직접적인 기사는 2개면에 배치하는 정도로 그쳤다. 그것도 대부분 사실 보도 중심이다.

1면 톱으로 뽑아낸 표제는 상당히 객관적인 어투를 담도록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미국산 농축산물 쏟아져 들어 온다”, 이어서 ‘농민․시민사회단체․정치권 강력 반발 - 범국본, 촛불시위, 협상장 진입 시도 등... 국회비준 저지 표명’으로 사실적 표현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16면에서는 ‘한미FTA, 결국 쇠고기 시장 내줘 - 뼈있는 쇠고기 수입 재개 허용키로’ 표제의 기사와 함께 한미FTA체결을 반대하는 양돈협회 회장단의 사진과 ‘한미 FTA반대운동 지속’으로 국회비준저지 목표를 세웠다는 축산관련단체협의회의 조찬모임 기사를 다루는 정도로 그쳤다.

오히려 2면에서 15면 까지는 FTA협상 체결 이후 다루어져야 할 농업기술이나 정책,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현장 우수사례 등에 지면을 할애하는 형태로 편집되어 있다. 사설, 시론 등에서도 한미 FTA에 대한 내용을 다루지 않고 있어 편집의 전반적인 흐름으로 보아서는 앞으로의 대처에 중점을 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덧붙이는 글 | 농업전문지의 보도 행태는 농민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농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농업전문지를 접하기 어려운  일반 국민들에게 농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고뇌와 아픔의 단편들을 제시하고 싶다. 한미FTA협상 체결 이후 일반 언론매체의 칭송이 크게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보니 청와대에서 조차 표정관리를 할 형편이라는 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자칫 농업계의 고뇌와 아픔이 간과될 우려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농업전문지의 보도 행태는 농민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농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농업전문지를 접하기 어려운  일반 국민들에게 농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고뇌와 아픔의 단편들을 제시하고 싶다. 한미FTA협상 체결 이후 일반 언론매체의 칭송이 크게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보니 청와대에서 조차 표정관리를 할 형편이라는 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자칫 농업계의 고뇌와 아픔이 간과될 우려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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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다양성을 인정 할 수 있는 연륜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믿고 싶습니다. 나와 너의 다름을 인정할 때 서로간에 존중과 협력이 가능하리라 여깁니다. 세계의 평화로운 공존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폭이 넓어질수록 가능하리라 여깁니다. 그 일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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