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림에서 7마리의 물까치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김정수
3월 26일, 장흥군청의 초청으로 진행된 1박2일간의 팸투어를 마치고 1박을 한 후 보충촬영을 위해 천관산자연휴양림 입구의 '천관산 생태동백숲'으로 향했다. 안양면소재지를 지나 천관산 방면으로 향하는 길목에 '묵촌 동백 숲'이라는 이정표가 보여 우회전해서 마을로 들어섰다.
200m 쯤 들어가자 하천변에 울창한 동백 숲이 펼쳐져 있었다. 립스틱을 짙게 바른 여인의 붉은 입술을 닮은 동백꽃이 눈부신 자태로 매달려 있다. 동백 숲 입구에 차를 세우자 동박새의 울음소리가 맑게 울려 퍼진다.
동박 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차안에서 망원렌즈로 교체하고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인기척을 느낀 새들은 이내 동백 숲 깊숙이 날아가 버렸다. 그때부터 동박새와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숲속으로 들어서자 동박새의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하지만 울창한 숲에 가려 겨우 꼬리만 보이거나, 아니면 머리만 보여서 촬영할 상황이 못 되었다. 좀 먼 곳에 선명하게 보이는 동박새가 있어 그곳으로 다가설라치면 눈치를 채고 자리를 옮겨버린다. 망원렌즈로 당겨서 셔터를 가볍게 눌러 초점을 맞추면 렌즈가 돌아가는 소리에 날아가 버린다.
할 수 없이 렌즈를 수동으로 바꿔 초점을 직접 맞추는 방식으로 촬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동박새는 눈치가 9단인지 초점을 맞추는 사이에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사진 찍을 틈을 쉽게 주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나무에 매달린 동박새는 포기하고, 바닥에서 휴식을 취하는 녀석을 카메라에 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