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가을위기설'을 다룬 <경향신문> 30일자.
신문 지면이 어지럽다. 막바지에 이른 한미FTA 소식에다가 안희정 밀사설, 거기에 한나라당 내분 소식이 뒤엉켜 무엇부터 챙겨볼지 헷갈린다. 한 마디로 뉴스가 많다. 그러나 어지럽다.
그런 분들에게는 오늘(30일) <경향신문> 기사 하나를 소개한다. 어지러운 뉴스들을 한 묶음으로 엮어 볼 수 있는 기사다.
최재영 기자가 쓴 이 기사는 한나라당에 관한 기사다("FTA·정상회담 어정쩡…'가을 위기설' 떠도는 한나라"). 한나라당의 '가을위기설'을 다뤘다. 한미FTA나 남북정상회담이나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대선정국의 함수관계를 짚었다. "긴장감이 감도는 한나라당"에 대한 짤막하지만 시사적인 보고서다.
'감귤세례' 받은 한나라당 제주도당
한나라당의 고민은 한미FTA나 남북정상회담이나 마냥 환영할 수도, 그렇다고 무작정 비판만 할 수도 없다는 데 있다.
최재영 기자는 그 단적인 사례로 29일 제주도당이 감귤재배 농민들로부터 '감귤세례'를 받은 것을 들었다.
거센 한미FTA 논란에도 침묵으로 피해왔던 한나라당이 어쩔 수 없이 '협상 6원칙'을 내놓았다가 29일 제주도당이 감귤농장으로부터 '감귤세례'를 받았다.
한나라당 한미FTA체결대책특위는 하루 전 '협상 6개 원칙'(다른 언론들에서는 7개 원칙이라고 하고 있다)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쌀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쇠고기·오렌지 등 민감 품목에 대한 시장개방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게 화근이 됐다.
저지 대상에 감귤이 빠진 것이다. "감귤 외면하고 오렌지 환영하는 한나라당"에 감귤 세례를 퍼부은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도 골칫거리다. '원칙적으로'는 찬성이지만 안팎 사정이 복잡하다. 대북 정책 수정 문제로 정형근 의원과 이를 주도하던 송영선 의원이 제2정조위원장 자리를 사임하는 등 중도 하차 파문을 겪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사안인들 어정쩡하고 오락가락이다.
"한미 FTA를 두고는 '노무현 대통령이 결단을 통해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면서도 '결단이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나경원 대변인)"고 강조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안희정 밀사설'에 대해 "밀행 속에서 추진되는 정상회담은 대선용 정치 이벤트"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최재영 기자는 한나라당의 '위기설'은 바로 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진단했다.
"과열 양상을 띠면서도 '새로운 것'은 별로 없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경선구도와 맞물려 있기도 하다." 29일 재연된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간 대립은 단적인 징후다. 두 대선 주자간 갈등으로 인한 당 내분으로 지리멸렬한 가운데 한미FTA와 남북 정상회담이 쟁점화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최악의 시나리오는 어떤 것일까? 최 기자가 전하는 한나라당 일각에서 떠도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지루한 '이·박 싸움'으로 국민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가운데 대선의 분수령인 가을부터 남북관계와 FTA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가 된다면 한나라당 기사는 탈당 말고는 신문 1면에서 보기 힘든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중략)…반면 범여권엔 노 대통령의 '실정'과 '정상회담 찬성' '한미FTA 반대'로 묶어내면서 한나라당과 '대립각'을 세울 정치적 공간을 마련해 줄 개연성이 커진다."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한 편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