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들이 28일 오전 한미 FTA 통상장관급 회담이 진행중인 서울 하얏트호텔 앞에서 "명분도 실익도 없는 FTA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엔 권오을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도 참석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일부에서는 이같은 농민들의 '현물 기습 시위'에 대해 "가축이 무슨 죄냐" "자식같이 키운 쌀을 버려야만 하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농민들의 속은 타들어간지 오래다.
'죽어도 쌀시장은 내주지 않겠다'던 김영삼 정부는 지난 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쌀시장의 문을 열어줬다. 2002년 한중간 마늘협상에서는 이면합의 파문으로,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리에서 물러났고, 2005년에는 쌀 재협상 관련 이면합의로 국회에서 국정조사까지 열렸다.
이번 한미FTA 협상에서도 쌀시장은 협상 의제가 아니었음에도 미국측이 쇠고기와 함께 개방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김종훈 협상단 수석대표가 "쌀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약속했지만, 고위급 회담 막바지에 미국측의 압박까지 가해지면서 생존권에 대한 불안은 농민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비대위는 이날 기습 시위에 앞서 오전 10시 30분, 협상이 진행 중인 하얏트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FTA는 농업 부문에서는 내줘도 너무 많은 것을 내준, 그야말로 농업포기협상"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협상 막바지에 이른 지금 한국 정부는 '쌀과 쇠고기'를 제외하고, 돼지고기, 과수 등 모든 분야를 사실상 포기했다"며 "쌀과 쇠고기마저 이면합의를 통해 개방을 약속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면합의가 사실이라면, 한국 정부가 이미 국민들 몰래 쌀과 쇠고기를 맞바꾼 것"이라며 "농림부와 외통부의 공식 입장을 요청했지만, 외통부는 '협상이 끝난 다음주에나 가능하다'는 수상한 답변으로 얼버무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노무현 정부가 기어이 민심을 외면한다면,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은 항의서한 전달을 위해 협상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 병력이 이를 저지해 양측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인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