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전두환공원' 이어 불법시설물 논란

농민회, 패러글라이딩 착륙장 등 3건 정보공개청구

등록 2007.03.26 11:14수정 2007.03.2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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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생명의숲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바꾼 경남 합천군이 최근 불법 시설물을 설치했다는 지적을 받자 시민사회단체가 정보공개 신청을 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합천농민회는 최근 합천군에 3건의 사업에 관해 정보공개신청을 했다. ▲새천년생명의숲 옆 합천 황강 둔치에 조성한 2.23km의 자전거도로 ▲합천대암산 패러글라이딩 착륙장 시설물 ▲합천군 율곡면 두사리와 기리 사이에 짓고 있는 '기리교' 건설사업이 그것.

이는 <오마이뉴스>에서 지난 20일과 1월 2일 모두 불법 시설물, 특혜 논란 등의 내용으로 보도했던 사업들이다. 합천농민회는 이들 사업에 대해 예산 충당과 집행내역, 결재서류 등의 공개를 요청했다.

합천농민회 관계자는 "자전거도로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지시사항을 어겼고, 패러글라이딩 착륙장은 농지를 불법으로 전용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기리교'는 전두환 전 대통령 고향마을의 교통편의를 위한 특혜시설이라는 논란이 있다"면서 "공개된 자료 등을 검토한 뒤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a 합천농민회는 최근 합천군청에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맨 위 사진은 농지불법전용 사실이 드러난 패러글라이딩 착륙장, 가운데 사진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허가조건대로 시공하지 않은 황강 둔치 자전거도로, 맨 아래는 일각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한 특혜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기리교' 가설공사 현장.

합천농민회는 최근 합천군청에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맨 위 사진은 농지불법전용 사실이 드러난 패러글라이딩 착륙장, 가운데 사진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허가조건대로 시공하지 않은 황강 둔치 자전거도로, 맨 아래는 일각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한 특혜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기리교' 가설공사 현장. ⓒ 오마이뉴스 윤성효/배기남

[패러글라이딩 착륙장] 합천군은 2004년 8월 초계면에 있는 대암산 중턱의 밭 1만여㎡를 매입했다. 합천군은 이곳에 2005년 3월부터 10월까지 사업비 3억3000여만원을 들여 운동장에 잔디를 심은데 이어 축구장 스탠드와 본부석 등을 설치했다.

합천군은 대암산 정상에 있는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에서 2.8km 가량 떨어져 있는 이곳을 패러글라이딩 착륙장으로 사용해왔다. 이 곳은 처음에는 맨땅으로 조성됐는데, 지난해부터 각종 패러글라이딩 대회가 열리면서 잔디를 심었던 것.

그런데 합천군이 패러글라이딩 착륙장을 조성하면서 농지전용허가를 받지 않은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농지 관리를 맡은 합천군청 해당 부서는 농지전용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패러글라이딩 착륙장 조성 사업을 추진했던 해당 부서도 이를 시인했다.


자치단체가 사업을 벌이면서 불법으로 농지를 전용한 것. 농지전용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원상회복 조치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로 인해 행정력은 물론 예산까지 낭비했다는 비난까지 받게 됐다.

[자전거도로] 새천년생명의숲 바로 옆 황강 둔치에는 자전거도로를 겸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합천군은 2004년 6월 국가하천인 황강 둔치 3만9000여평에 4억5000여만원을 들여 폭 3m, 길이 2.24km의 자전거도로를 만들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당초 물 빠짐이 좋은 마사토로 시공하는 조건을 달고 자전거도로 설치를 허가했다. 그런데 합천군은 허가조건과 다르게 콘크리트 위에 아스콘을 덧씌우는 방식으로 시공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월 <오마이뉴스>에서 취재하면서 알려졌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당시 합천군에 공문으로 시정 지시를 내렸으며 시정 지시대로 하지 않을 경우 고발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합천군은 지난해 경남도 감사에서도 이 같은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 합천군은 올해 6월까지 아스콘 포장을 걷어내고 빗물이 잘 스며드는 우레탄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렇게 될 경우 행정력과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리교] 합천군은 율곡면 두사리와 기리 사이에 다리를 짓고 있다. 4개의 교각을 세워 길이 243m, 폭 7.5m의 다리를 놓고 길이 875m, 너비 7.5m의 접속도로를 건설한다. 이 다리 공사는 총 62억원을 들여 2004년부터 올해 말까지 건립될 예정.

합천군은 진주~고령 간 국도4차선 확포장과 연계된 합천 동부지역의 연결도로를 위해 이 다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런데 지역 일부에서는 이 다리가 전 전 대통령의 선영 방문을 이롭게 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전 전 대통령의 선영은 율곡면 기리 지릿재에 있다. 고향마을인 내천리에서 선영에 가려면 황강을 건너야 하는데, 직선으로 가는 길은 없다. 고향마을에서 황강을 따라 합천읍 가까이 와서 경북 고령 방면으로 가다가 지릿재로 올라가야 한다. 승용차로 가더라도 20분은 넘는 거리다. 그런데 이 다리가 완공돼 이용할 경우 고향마을에서 선영까지는 5분 안에 갈 수 있다는 것.

지역의 한 인사는 "아무리 군청에서 절차를 밟아 짓는다 하더라도, 왜 하필 그 장소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며 "지역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고향마을에서 선영까지 가는데 쉽도록 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던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합천군청 측은 "다리 건설은 투·융자 심사와 타당성 검토를 거쳐 시행하고 있다"면서 "전 전 대통령의 선영과 관련이 없고, 도로나 교량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것이며 주변 마을과 연결을 위해 짓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합천농민회는 '일해공원' 반대단체인 '새천년생명의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에 중심적으로 참여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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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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