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정치풍자신문 <샤를리 엡도>
"콜롱베에서 생긴 비극적인 무도회 : 한 명의 사망자 발생"
1970년 11월 16일 드골이 세상을 떴을 때 정치풍자 주간지인 <아라키리 엡도>는 이렇게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알렸다.
'콜롱베'는 드골이 살았던 마을 이름이고 '비극적인 무도회'라는 말도 불경스러운데, 거기에 한 술 더 떠 '한 명의 사망자 발생'이라는 표현을 썼다. 드골의 사망을 시골 촌부의 사망과 같은 수준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 문장은 충격적이다.
프랑스인들이기에 가능한 문장이었다. 결국 이 문장으로 인해 이 신문은 다른 건을 빌미로 발행이 금지되었지만, 프랑스 신문사에 길이 남는 사건으로 기록되어지고 있다.
<아라키리 엡도>가 문을 닫은지 1주일 만에 이 신문의 멤버였던 만화가 카부, 레저 등이 새로운 신문인 <샤를리 엡도>를 창간한다. 결국 구성인원은 거의 변하지 않은 채 명칭만 달리한 새 신문을 창간함으로써 정부의 제재에 반격을 한 셈이다.
프랑스는 68년 과격한 학생혁명을 치르고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강압적인 프랑스 사회에 도전하기 위해 생긴 신문이 <샤를리 엡도>로 만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제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정치풍자신문의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스스로 좌파신문으로 자처하는 <샤를리 엡도>는 극우파인 '국민전선'과는 적대적인 관계로 1995년 6월 극우파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청원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현재 발행부수는 12만부. 100% 신문판매 수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광고를 전혀 싣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독립성을 누리고 있다.
"민주 언론이 종교비판을 금지해야 하나?"
작년 2월 초 <샤를리 엡도>는 또 하나의 스캔들을 일으켰다. 2005년 9월에 덴마크 일간신문인 <율란스 포스텐>에 실린 무함마드의 풍자화 12개와 자사의 풍자화를 곁들여 실어 문제를 일으켰다. 이중 가장 문제가 되는 풍자화는 터번을 두른 무함마드의 모습이었는데 이 터번이 폭탄처럼 그려졌고 도화선이 막 타들어가고 있는 형상이었다.
원래 무함마드의 모습을 형상화하는게 금지되어 있는 아랍계 사람들이 단번에 들고 일어났다. 아랍인종과 종교를 모독하는 행위라며 아랍단체들이 이 신문의 압수를 요청한 것이다.
<샤를리 엡도>는 '표현의 자유'를 들어 정당함을 선언했고 결국 이 사건은 법정에까지 가게 되었는데 올 2월 9일자 <리베라시옹>은 이 사건을 맡은 안 드 퐁텟뜨 여검사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샤를리 엡도는 반종교를 부르짖는 자유-반정부주의의 전통을 갖고있는 특별한 신문임을 상기해야 한다. 우리 종교인 카톨릭부터 이 신문의 첫 번째 비판대상이 되어왔다. 풍자화는 사실을 알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언론이 종교비판을 금지해야 한단 말인가?"
이 검사는 "이 사건은 소송에 필요한 요인들이 충분치 않기에" 기각을 요청했고 결국 3월 22일 파리법원에 의해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프랑스 언론뿐만 아니라 세계의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든 <샤를리 엡도>는 많은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았는데 집권당 대중운동연합(UMP)의 대선 후보인 사르코지와 프랑스민주연합(UDF) 당수 바이루, 사회당수 올랑드가 전적으로 <샤를리 엡도>를 지원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