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8일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각 당이 당론으로 임기단축 등을 포함해 개헌을 `대국민 공약`한다면 개헌안 발의를 차기 정부로 넘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던중 기침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미국이 대통령과 의원선거를 동시에 한다지만, 그것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하원의원 임기가 2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국 대통령 선거 이후 2년만에 중간평가 성격의 의원선거를 치르게 되고 하원의 구도가 급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상원의원의 임기가 6년이고,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치르는 상원의원선거에서는 전체 상원의원의 1/3만이 교체되기 때문에 대통령과 상원의원의 임기는 일치되어 있지 않다. 이처럼 하원(2년)-대통령(4년)-상원(6년)의 임기를 다르게 하고 동시에 완전교체가 되지 않도록 한 것은 권력의 집중을 막기 위한 미국 특유의 장치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에는 그런 최소한의 장치도 없이 대통령-국회의원의 임기일치가 만능인 것처럼 주장되고 있다. 이것은 87년 헌법의 최소한의 성과마저도 위협할 수 있는 주장이다.
만약 대통령-국회의원 임기일치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면 개헌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 충분히 논의해 가면서, 그리고 기본권, 민주주의, 시민참여, 지속가능사회 등의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할 중요한 주제들까지 논의해 가면서 진행해 나갈 수 있다. 대통령 연임제에 대해 제기되는 우려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할 수 있다.
개인적인 소망으로 개헌을 한다면 사법개혁이 중요한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언제까지 전관예우와 '그들만의 리그'식의 법조계를 국민들이 두고 보아야 하는가? 그러나 이 모든 내용들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라도 앞으로의 과정이 중요하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개헌논의를 제대로 해 볼 수 있는 여건은 되어 있다. 야당의 입장도 개헌의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고 대통령 연임제 외에도 논의되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헌은 내년 총선이후에 치러질 18대 국회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하고, 지금은 좀더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시켜 나가면 된다. 대통령-국회의원 임기일치에만 집착하지 않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해법은 18대 국회에서의 개헌을 전제로 논의를 진행시키는 것
지난 몇 년간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개헌논의가 진행되었고, 한나라당 소속의원들조차 개헌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개헌추진 발표를 한 이후에 이 모든 논의들이 혼선에 빠졌다. 노 대통령의 개헌추진이 의미가 있다면, 개헌논의를 수면위에 올렸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노 대통령은 그 점에서 의미를 찾고, 나머지는 국회와 국민들의 몫으로 맡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헌법에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런 과정을 제안해 본다. 첫 번째는 노 대통령이 무조건적으로 개헌 발의를 유보하고, 이후의 논의를 국회와 국민들의 몫으로 넘기는 것이다. 이렇게 만 한다면, 개헌논의를 수면위에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노 대통령이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국회에서는 17대 국회내에 개헌발의를 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국회내에 초정파적인 개헌연구기구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구에서 개헌을 위한 기초조사와 연구, 논의를 진행해서 18대 국회로 넘기고, 내년 총선 이후에 구성될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만약 노 대통령이 끝내 개헌발의를 한다면, 국회차원에서라도 논의를 해서 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대신 초정파적인 개헌연구기구를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노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다. 그 이유를 다른 탓으로 돌리지 말고 스스로에게서부터 찾는 것이 좋지 않을까? 자신의 판단이 옳고 자신이 해결한다는 식의 독선과 오만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노 대통령이 아직도 87년의 거리를 기억한다면, 그리고 87년의 거리가 보여준 국민의 힘을 믿는다면, 이제 개헌을 국민들의 몫으로 넘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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