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배추는 달콤하고 맛이 좋아 쌈배추로 좋다.조태용
하지만 이번 농사로 그가 건진 수익은 달랑 100만원이었다. 들인 비용조차 되지 않는다. 하루하루 배추농사에 기울였던 그의 노력과 땀방울을 찾을 길도 없다. 더구나 그는 1년 전쯤 결혼을 했다. 그가 결혼했을 때 동네 형수는 15년만에 자기에게도 동생이 생겼다고 좋아했다고 한다. 아마 그도 어려운 결정을 하고 시골에서 농부의 아내로 살기로 한 아내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배추 2000평은 그가 결혼 후 처음 한 농사였다. 하지만 그의 희망은 너무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형님, 얼마 전 배추상인을 만났는데 6000평에 300만원을 줬대요. 그것도 많이 준 것이라는데요."
배추 2000평이면 5톤 트럭으로 10대 분량이 넘는 양이다. 그는 결국 배추밭을 갈아엎기로 했다고 한다. 쉽게 하는 말로 인건비도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게 며칠만이라도 더 팔아보자고 했다. 하지만 지금 시기가 지나면 다른 작물을 심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눈물 나지만 갈아엎어야 한다면서 농사짓고 사는 것은 너무 힘겹다고 한다.
나는 가끔 농민이 살지 않는 대한민국을 상상해 보곤 한다. 모든 농산물을 수입하거나 냉동식품으로 먹는 때 말이다.
'옛날에 농부라는 직업이 있어서 싱싱하게 먹을 수 있었는데 말이야' 하는 소비자의 입담에서, '예전에 농산물 도매시장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내가 거기서 일했지' 하고 말하는 경매사와 도매상인들의 추억에서나 회자 되는 때 말이다. 아마 그때쯤 가서야 농민들의 고단한 하루와 속 타는 마음이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그는 나에게 물었다.
"형님, 왜 다른 상품은 제조업체가 다 가격을 정하는데 농산물을 상인들이 다 결정하죠. 내가 힘들여 키운 농산물이 생산비도 건질 수 없는 가격에 팔려야 하죠. 왜 농민들은 항상 약자죠?"
나는 그의 질문에 답한 길이 없다.
"그냥 배추나 한 번 더 팔아보자. 내가 전체 메일이라도 보내줄 게, 미안하다."
나는 왜 그에게 미안하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미안하다.
유기농으로 키운 건강한 쌈배추로 이번 주 가족 식탁을 꾸려 보면 어떨까? 그에게 힘도 되어주고 입맛 안 좋은 봄철에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도 좋다.
덧붙이는 글 | 그의 배추는 3일간의 유예기간이 남아 있다. 얼마나 팔리겠냐만은 그래도 관심 있는 분들이 그가 인건비라도 건질 수 있도록 그의 배추를 구매해주기 부탁드린다. 그의 배추는 농민장터에서 한 상자(6개)에 7천원, 2상자에 1만1천원이다. 그것도 배송비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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