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지난 2월 28일 한국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한국일보>가 그랬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한나라당 빅3'로 표현한 건 언론이 "약간의 억지"를 부린 것이라고 했다. 그의 좌절은 "시간의 문제였을 뿐" 엄연한 "현실"이었다고 했다.
<한국일보>의 평가를 단순하게 읽으면 손학규 전 지사는 과대평가된 인물, 분에 넘치는 호평을 받은 인물이 된다. 하지만 <한국일보>는 그렇게 몰아가지 않았다. 손학규 전 지사를 두고 "대통령 후보로서 별 부족함이 없다"면서 "아까운 정치인"이라고 했다.
세심히 볼 필요가 있다. 언론이 "약간의 억지"를 부려 과대평가한 건 손학규 전 지사의 인물 경쟁력이 아니다. 그의 세력이다. "시간의 문제였을 뿐" 어차피 확인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은 '빅'으로 올라설 수 없었던 그의 지지세다.
짚어야 할 항목이 생겼다. 손학규 전 지사에게 좌절을 안긴 "현실"의 작동원리다.
"대통령 후보로서 별 부족함이 없(는)…아까운 정치인"이라면 웬만큼 지지세를 얻을 법도 했건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한나라당 경선구도에서 단 한번도 '빅'의 위치에 올라선 적이 없다. '빅'의 위치는 고사하고 '다크호스'로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정도의 지지세조차 획득한 적이 없다.
왜일까? 왜 그는 한나라당 지지층으로부터 외면당한 것일까?
'빅3'인 그는 왜 '빅'의 위치에 올라서지 못했을까
역설적이게도 문제는 그의 차별화 전략에 있었다. 손학규 전 지사는 "진정한 보수를 위해서는 개혁이 필요하다"며 차별화 전략을 폈지만 오히려 이것이 족쇄가 됐다.
절대 지지층은 그를 믿지 않았다. 발만 한나라당에 담그고 있을 뿐 머리와 가슴은 여권을 향하는 인물, 그래서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심하게 훼손할 수 있는 인물로 간주했다.
한나라당에 새로 유입된 지지층에게 손학규 전 지사는 새롭지 않았다. 손학규 전 지사의 입에서 나온 개혁적인 언사들, 예를 들어 '햇볕정책 지지'나 '부자들을 위한 부동산 정책 반대'는 기존 여권 주자들의 입을 통해 흔히 들어왔던 것이다. 이들은 애당초 손학규 전 지사 때문에 한나라당을 찾아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한나라당 지지층의 표심은 콘크리트인데 손학규 전 지사는 거기에 물을 뿌려 꽃을 피우고자 했다. 애당초 될 수 없는 일에 공을 들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좌절은 필연이다.
비교대상이 한 명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범위를 넓혀서 보자면 오세훈 서울시장도 '보수 속에서의 개혁' 노선을 걸은 인물이다. 최소한 이미지로는 그렇다.
그런 그는 성공했다. 단기필마로 뛰어들어 속전속결로 성공을 거뒀다. 반면 손학규 전 지사는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도 실패했다.
이 차이는 어디서 기인하는 건가?
선거의 성격이 다르다. 서울시장과 대통령은 급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그래서 선거 결과가 한나라당 운명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선거 환경도 다르다. 지방선거 결과는 이미 가닥이 잡힌 상태였다. 하지만 대선은 모른다. 지금의 추세만 놓고 보면 가닥이 잡혔다는 말이 나올 법 하지만 한나라당 스스로 이런 속단을 경계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강도의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경계한다.
바로 이 요인이 한나라당의 유연성을 앗아가고 있다. 지방선거판에서 오세훈이란 인물을 실험해볼 여지는 있었지만 대선판을 손학규라는 인물에게 맡길 여지는 없다.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안전해야 한다. 안전한 승리를 담보해줄 사람, 안전한 노선을 지켜줄 사람에 올인해야 한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태도가 경직될수록 상황대처능력이 떨어진다. 이것이 한나라당의 딜레마가 될 수 있다.
손학규 없는 한나라당 경선 '노선 대결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