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가지에 새순이 나오고 있다.김강임
딱딱하던 가지에 새 순 돋는 소리, 언 땅을 딛고 솟아나는 새싹 소리, 삼나무 가지에 물오르는 소리, 생명을 잉태하는 소리가 '화산 터'에 진동했다.
알바매기 오름 언덕배기로 발길을 옮겨보았다. 비스듬히 누워있는 묘지 주변에는 삐죽이 얼굴을 내미는 새싹들이 왁자지껄 하다. 지난 겨울이 무척 길었나 보다. 억새와 삼나무 숲을 지나자 겨우 한사람 정도 오를 수 있는 소로가 나왔다.
숲속에는 여러 갈래 길이 있듯이 한적한 알바매기 오름 숲은 발길 닿는 곳이 길이다. 그리고 그 길 옆에는 작은 정원이 펼쳐진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는 삼나무 숲은 키 작은 생명체를 보호한다. 서로가 상생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마치 사람 사는 세상과도 같아보인다.
오름 중턱에 오를 때였다. 붉은 스코리아를 밟아보니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난다. 마치 낙엽 밟는 소리처럼 들린다. 급경사로 이어진 비탈길을 올랐다. 앞서 가는 나그네가 길을 인도한다. 오름 길이라야 아주 좁지만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으니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산속에서 행인을 만나는 기분은 마치 지인을 만난 것처럼 기쁘다. 누군가는 길을 밝혀주기 위해 나뭇가지에 흔적을 남긴 자국이 있었다.
자신의 얼굴에 색칠을 한 나무들이 나그네를 인도하는 알바매기 오름길. '알밤과 같다'하여 붙여진 알바매기 오름 중턱에는 겨울을 난 밤송이 껍질들이 뒹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