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의정 활동? 양에 안 차긴 하지만..."

[프렌즈] 배우 우현이 말하는 '국회의원 우상호'

등록 2007.03.15 09:37수정 2007.07.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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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5일 창간한 입법전문 정치주간지 <여의도통신>(발행인 오한흥)의 가장 인기 있는 고정란 중의 하나가 바로 '프렌즈'. 국회의원들의 친구를 찾아주는 이 코너에는 그 동안 한국 야구해설의 살아있는 전설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류근찬 의원의 친구)과 이상호 MBC 기자의 X-파일사건의 변론을 맡았던 한상혁 변호사(이영순 의원의 친구) 등이 출연했다. 이번에는 최근 열린우리당 대변인 직을 마친 우상호 의원의 친구인 배우 우현씨가 등장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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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여의도통신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진 배우 우현씨. ⓒ 여의도통신 한승호 기자

충무로 데뷔작인 <대한민국 헌법 제1조>부터 <황산벌> <시실리 2km>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작업의 정석> <음란서생> <도마뱀> <잘 살아보세>.

배우 우현의 필모그래피는 더 있다. 데뷔 4년 만에 그를 '천만배우'로 만든 <왕의 남자>에다 최근에는 <마강호텔>까지. 작년 한 해만 여덟 편의 영화를 찍어 최다 출연 배우로 뽑혔다.

그 중 절반쯤을 보고, "참 독특한 배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치주간지 기자인 내가 그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상호 의원(열린우리당ㆍ서울 서대문 갑)이 '프렌즈'로 후배인 그를 추천했을 때까지만 해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한 우현씨를 지난 7일 여의도통신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상호 형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해야 되나 생각이 많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87년 6월항쟁 당시 연세대에서 있었던 집회의 사회를 도맡으며 쌓인 내공인지 꽤나 달변이다. 이런저런 기억들을 맛깔나게 풀어놓고, 우 의원을 비롯한 '386' 의원들에 대한 비판에도 거침이 없다.

그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때 형이 내게 보여주었던 열의와 죽음을 각오하며 흘렸던 눈물 같은 건 절대 안 변할 거라고 믿는다"며 '소심한 A형스러운' 마무리도 잊지 않았다.

촌티 무지하게 나던 선배... 우상호

- 언젠가 한 영화 주간지의 인터뷰 기사를 봤다. 당신이 열혈 운동권 정도가 아니라 80년대 말 운동판을 주름잡는 인물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내가 알던 우현이라는 배우는 <올미다>(KBS 시트콤 <올드미스다이어리>)의 사돈총각이나 <시실리 2km>의 스미골이 전부였는데(웃음), 왠지 의아하면서도 수긍이 됐다.
"87년 연대 총학생회 사회부장이었다. 집회란 집회 사회는 내가 다 봤다. 6월에 한열이(이한열 열사) 가고는 엄청났다. 전경들이랑도 숱하게 싸우고. 그게 벌써 20년 전이다(한숨)."

- 우상호 의원과의 인연도 그때가 시작이었다. 사실 운동권이라는 것보다 우 의원의 '후배'라는 게 더 놀라웠다(웃음).
"워낙 생김이(웃음). 상호 형이 나한테 반말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긴장하고 그랬다. 4학년 때 총학생회를 같이 하면서 징하게 엮였다. 3학년 말 학생회 엠티 때 제대한 선배라고 왔는데, 딱 첫 느낌이 촌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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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통신 한승호 기자

-촌놈? 촌사람으로 표현을 유화하자(웃음). 우 의원은 국회에서 스타일 좋기로 소문났는데 의외다.
"점퍼에 머리 덥수룩하게 해놔 봐라. 촌티 무지하게 많이 난다(웃음). 그 다음해 총학생회장으로 출마한달 때도 속으로 '아니 저 촌놈이 총학생회까지?' 했다. 상호 형이 그런 게 있다, 친밀하고 수더분하게 느껴지는. 마침 한창 학생운동의 대중성을 강조하던 무렵이라 열혈 지지했고,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웃음). 학생회장 되서 집회에서 연설을 하면 왠지 어색한데 편했다. 고대 이인영(현재 열린우리당 의원, 서울 구로 갑) 같은 사람들은 폼도 멋지게 잡고 카리스마가 넘치는데, 형은 그냥 손 뻗는 게 다였다. 그런데도 인기가 많았다. 진솔함 같은 게 느껴져서 그랬을 거다."

-치열한 시기를 함께 관통한 동지애랄까, 그런 게 남다르겠다.
"한열이 가고 시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다 같이 잡혀갔다. 장안동 대공분실에서 종일 조사받고는 둘이 딱 30분 대면을 시켜주는데 형은 그 와중에도 날 안심시키려고 너스레를 떨더라. '나는 편하게 조사 잘 받고 있다. 너는 곧 나갈 거다' 그러면서. 그게 형의 방식이다. 2학기 때 형이 구속되는 바람에 내가 거의 모든 일을 했다. 돌아와서 치하의 말 한 마디 안했다. 고작 한다는 말이 '너 요즘도 밤마다 술 먹으러 다닌다며'였다."

-둘이 같이 살기도 했다던데.
"한 2년쯤 살았나. 형은 공장 취직했다 나오면서 결혼했고, 나는 신촌에 '지리산'이라는 술집을 차렸을 땐데 처음엔 이게 잘 안됐다. 둘 다 자본이 부족해서 합쳤다. 방 두 개짜리 집 얻어서 형네가 방 하나 쓰고, 내상(배우 안내상)이랑 내가 같이 살고. 형이 아이 낳고는 우리가 나왔다. 비 오는 날이면 베란다에서 빗소리 안주삼아 술 한 잔씩 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둘 다 '우(雨)씨'라 그런지 비 오는 걸 되게 좋아했다.

형이 문학소년 기질이 있어서(우 의원은 대학 시절 윤동주문학상과 5월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야기하다 가끔 울기도 했다. 어느 날엔가는 형이 '현아, 광화문 앞에서 총 맞아죽는 첫 번째 사람이 있다면 그게 나일 거'라고 해서 '형, 그럼 내가 두 번째로 죽겠다'는 얘기를 하며 펑펑 울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쑥스럽지만(웃음) 그 마음가짐만은 지금도 안변했다고 생각한다."

'형이 그러면 안된다' 문자메시지 보내기도

- 17대 우 의원을 비롯한 이른바 '386'들이 대거 제도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닥 좋은 평가를 못듣고 있다. 한 쪽에선 거의 '죽일 놈'들이 됐고. 함께 투쟁했던 동지로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양에 안 찬다. 형이 이라크 파병 반대 서명 안했을 때 84 동기들과 얘기하다 성질나서 '도저히 이해 못한다. 형이 그러면 안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잘한다는 평가는 할 수 없다. 형이 국회 들어간 후 뭘 잘했다고 기뻐했던 적도 별로 없다. 18대 때 또 이러면 안 된다는 말도 한다.

그럼에도 기본적인 신뢰가 있다. 그 사람의 변혁마인드를 충분히 알고 있고. 상호 형이니까, 하면서 믿고 가는 부분도 있다. 84들끼리 '논평도 꼭 저렇게 문학적으로 해요' 하며 까면서도 밑바탕에는 애정과 신뢰가 있다. 정치적 입장이 뭐냐 물고 늘어지고 토론할 사이는 뛰어넘었다. 허허 웃으며 농담처럼 한마디씩 한다. 형도 속뜻을 알 거다. 워낙에 섬세한 사람이라 말 한마디에 밤새 고민하고 그런다."

- 18대 선거에서도 우 의원이 선거운동을 도와달라면? 거절할 건가?
"(잠시 생각하다) 힘닿는 데까지 돕겠지."

- 이젠 공인이니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거 아닌가? 연예인의 정치활동에 대해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들도 많고.
"일 핑계 대고 하지 말란 사람도 있다. 촬영한다는데 누가 뭐라겠느냐고. 에이, 그래도 안할 수 있나. 상호 형인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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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통신 한승호 기자

- 정치하라는 제의도 받았음직 한데.
"정치판에서 몇 번 일했다. 97년 15대 대선 때 이인제 캠프에 있었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지금은 자신 있게 변론하지. 그때 이인제가 나와서 DJ가 됐던 거라고. 이인제 안나왔으면 이회창 됐을 거 아니냐고(웃음). 난 정치랑 좀 안맞더라. 목적의식적으로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 분위기가 싫었다. 술 한 잔을 마셔도 인간 냄새 나는 데서 마시고 싶었다. 그래, 대학로로 돌아갔다."

- 연극 제작을 주로 하다가 <라이어>로 처음 무대에 올랐는데, 배우는 운동이나 정치와는 또 다른 세상이었을 것 같은데.
"학교 다닐 때도 마당극이니 집체극 같은 걸 해서 영 낯설진 않았다. 문화인 기질이 있긴 있었나보다. 연극을 할 때도 별로 걱정 안했다. 내가 수천 명 앞에서 연설하던 사람인데, 하는 자신감이 있었던 거지. 상호 형 구속된 동안 내가 우상호 인기를 다 가져올 만큼 잘 나갔었거든(웃음).

그러나 첫 리허설을 한다고 섰는데 웬걸. 고작 스무 명 앞에 있는데도 그렇게 떨릴 수가 없다. 말도 더듬고, 내가 왜 이걸 하려고 했을까 싶고. 정신없이 리허설 마치고 분장실에서 뻗어있으니까 문식(배우 이문식)이가 와서 놀리던 게 생각난다. 10개월쯤 공연했는데 그야말로 공포의 무대였다. 돈 받고 하는 거여서 그랬을까(웃음)?"

"골골거릴 때까지 연기하고파"

- 그러다 충무로로 진출해 말 그대로 끊임없이 영화를 찍었다.
"운이 좋았다. 내게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다 소중해 거절을 잘 안한다. 주로 거절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제안을 하기도 하고(웃음). 이걸 하면 내가 어떻게 되고, 이런 생각을 잘 안한다. 조금조금씩 여러 편을 하는 게 재능을 소모하는 거라는 비판도 있는데, 내게 오는 일은 다 운명이라고 여기고 웬만하면 한다."

- 감독들이 왜 그렇게 당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특이하잖나(웃음). 하여튼 평이한 역은 절대 안들어온다. 역 자체가 좀 희한하다 싶으면 내게 온다."

-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올미다>부터였을 텐데. TV에 나오는 자신을 봤을 때 격세지감을 느꼈을 것 같다.
"이건 아무데서도 안한 얘긴데 (잠시 뜸을 들이다) 내가 87년 KBS 별관 점거를 주동했다. 대선 앞두고 편파방송하지 말란 거였는데, 전대협 동지들과 함께 전원 구속됐다. 분장실에서 분장하고 대기하고 있으면 그때 생각난다. 마스크 쓰고 화염병 들고 왔던 데서 화장하고 연기하고 있을 줄 상상이나 했겠나. 이거 나중에 '20년 전 KBS 점거 주범 우현, 배우 되다' 이런 걸로 대문짝하게 나는 거 아닌가 몰라(웃음)."

우현 프로필

1964년 전남 광주 출생.
연세대 신학과 84학번.
87년 연대 총학생회 사회부장.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로 데뷔(2003).
- 다시 20년이 지나면 어떤 모습일지 본인도 궁금하겠다.
"사람 앞일은 정말 모른다. 연기하고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골골거릴 때까지 연기하며 살고 싶다. 더 이상 안불러주면?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볼 문제고(웃음)."

- 갑자기 궁금해진 건데, 우 의원이 연기 평도 해주고 그러나?
"내 연기 평을 했다간 맞아죽지(웃음). 서로의 영역은 안건드린다. 서로 일을 평가하자고 하면 오늘 집에 못들어간다. 형이 훨씬 불리하니까 절대 안한다(웃음)."

덧붙이는 글 | * <여의도통신> 송민성 기자 ichae1982@ytongsin.com
* <여의도통신> 프렌즈 코너에는 그 동안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유승희 의원의 친구), 정우희 연세대 병리학 교수(안명옥 의원의 친구), 정일만 농수산물유통공사 기획관리실장(이낙연 의원의 친구), 조민호 세계일보 논설위원(송영선 의원의 친구), 이경희 춘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장향숙 의원의 친구) 등이 출연했다. 3월 12일 발간된 <여의도통신> 제2호에는 이밖에도 △여의도통신 창간기념식서 쏟아진 말말말 "정치적 냉소주의 확 걷어내라" △2월21일 환경노동위 전체회의 속기록-환경부 '삼성 감싸기' 딱 걸렸네 △김원웅 의원 "전두환 김창룡 등 국립묘지 안장 불허 입법 추진한다" △장윤석 의원 "공기업 간부도 공무원 규정, 공기업 브로커 이제는 처벌 가능" △2월 임시국회 처리법안 97건 중 의원입법 22건 불과 등의 기사가 실려 있다. 현재 46명의 국회의원이 정기구독 하고 있는 <여의도통신> 기사는 종이신문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여의도통신> 송민성 기자 ichae1982@ytongsin.com
* <여의도통신> 프렌즈 코너에는 그 동안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유승희 의원의 친구), 정우희 연세대 병리학 교수(안명옥 의원의 친구), 정일만 농수산물유통공사 기획관리실장(이낙연 의원의 친구), 조민호 세계일보 논설위원(송영선 의원의 친구), 이경희 춘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장향숙 의원의 친구) 등이 출연했다. 3월 12일 발간된 <여의도통신> 제2호에는 이밖에도 △여의도통신 창간기념식서 쏟아진 말말말 "정치적 냉소주의 확 걷어내라" △2월21일 환경노동위 전체회의 속기록-환경부 '삼성 감싸기' 딱 걸렸네 △김원웅 의원 "전두환 김창룡 등 국립묘지 안장 불허 입법 추진한다" △장윤석 의원 "공기업 간부도 공무원 규정, 공기업 브로커 이제는 처벌 가능" △2월 임시국회 처리법안 97건 중 의원입법 22건 불과 등의 기사가 실려 있다. 현재 46명의 국회의원이 정기구독 하고 있는 <여의도통신> 기사는 종이신문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우상호 #우현 #천만배우 #왕의 남자 #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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