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6일 뉴욕 소재 저팬 소사이어티에서 6자회담과 자신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간의 첫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조선> 김대중 고문 핵무장 주장
보수 인사 가운데서도 대체로 극우적이라고 평가받던 사람들의 주장이다. 아직 보수 인사 대부분은 북미 접근을 떨떠름하게 여기면서도 "미국과 북한이 설마~"하는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기대는 근본적으로 북한이 기존 핵무기와 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해야 미국은 수교를 할 것인데, 그럴 리가 없기 때문에 결국 북미 수교는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무너질 때 상당수 보수 인사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성조기를 불태우는 전무후무한 광경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여담이지만 북미간 약속이 깨지는 것을 여러 번 봤던 기자는 솔직히 2·13 합의에 대해 크게 기대를 안했다. 그런데 2·13 합의에 대해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 등 네오콘들이 벌떼 같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이거 될지 모르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시가 '쇼'로 2·13 합의를 했다면 미 행정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네오콘들은 그냥 잠자코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네오콘의 반발은 역설적으로 2·13 합의에 그만큼 부시의 진심이 담겨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국내 보수 인사들의 반발도 마찬가지다.)
믿었던 부시 대통령의 변절에 아노미 상태에 빠진 보수 인사들을 바라보면서 진보 진영 쪽에서는 다소 고소해하는 분위기도 보인다. 그러나 불쌍한 보수 진영 동포들에게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가질 만한 여유가 진보 쪽에 앞으로 있을까?
미국은 북한과 수교를 할 경우 반드시 주한미군의 존재 인정을 요구할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의 공식입장과는 달리 주한미군의 존재를 인정할 것이라는 게 많은 진보 학자들의 예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정상회담에서 통일 뒤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미 지난 1991년 1월 20일 김용순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비서가 워싱턴에서 아놀드 캔터 미 국무부 차관을 만나 미군의 남한주둔을 용인하는 조건에서 미·북 수교를 요청했었다.
북한이 북미 수교를 전제로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인정한다면 반미 근본주의자들 가운데 일부는 상당히 충격을 받을 것이다. 북한에서 주체사상을 완성한 황장엽씨와 남한 주사파의 대부 김영환씨가 반북주의자로 돌아섰던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
보수 인사 가운데는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요구를 절대 굽히지 않을 것이며(그래야 남한을 적화통일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 때문에 북미 수교협상은 깨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도 북한이 주한미군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와는 거꾸로 미국이 북한과의 수교 협상 때 주한미군 계속 주둔을 고집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이미 1970년대 말 지미 카터 정권 때와 1990년대 초반 동아시아 전략구상(EASI)에 따라 주한미군 철수를 시도했던 적이 있다.
이 경우에는 한미 정부 사이의 갈등은 별개로 치고 심각한 남남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북한이 미군을 철수시킨 뒤 남한을 공격할 것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나올 것이고, 이는 다시 남북 대화에 대한 국민 여론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북미수교 되면 한국과 중국은 소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