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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장준혁은 분명 악인(惡人)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장준혁에 대한 인물탐구이다. 장준혁은 표면적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진 최고의 외과의사이다.
장인의 금전적인 지원과 어리고 어여쁜 아내, 사회적인 명성과 아울러 친밀한 조력자들을 거느리고 있음은 물론, 자발적 심복이라 할만한 제자들을 거느렸다. 게다가 그런 그의 옆에는 언제나 헌신하는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과 지적이고 아름다운 애인의 육체적인 사랑도 가지고 있으며, 일반인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고급스런 외제차를 굴리며 고급 저택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보면 마치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들만 가지고 있는 이러한 주인공에게 시청자들은 질투나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다 가질 수 있느냐는 시기 어린 조롱 대신, 연민과 그에 대한 애정의 감정을 대신 퍼부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어떠한 의미에서 그는 우리 사회가 가장 용납하기 어려운 위치와 호사를 누리고 있지 않았던가? 그것도 부적절한 방법을 이용해서 말이다.
거기에 대한 답은 인간 장준혁이 가지는 중의적인 위치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는 악(惡)에서 출발하여 선(善)으로 끝난 인물이었고, 그러한 변환과정에서 그가 느꼈을 인간적인 갈등과 고심에 시청자들은 같이 공감을 가져주었다는 것이다. 즉, 가지는 정도에 차이는 있으나 시청자들 역시 장준혁처럼 각자 악(惡)적인 측면에 야심과 욕심이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인간이고, <하얀 거탑>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환경 역시 내가 지금 겪고 있는 현재 모습에 축소판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자각했다.
따라서 장준혁이 얻는 것은 시청자인 내가 얻는 것이고, 장준혁이 잃은 것은 시청자인 내가 잃은 것이라는 동화(同和)가 일어난 것이다.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장준혁이 여타의 드라마에 주인공들과는 달리 실제로 인간의 어두운 부분에 욕심과 야망을 거리낌 없이 표현했었고, 자신의 보신(保身)을 위해서라면 악행도 서슴지 않은 악인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