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해고된 준하가 울먹이고 있다.(동영상 캡쳐)
만약 단순히 취업에 실패한 준하에게 순재가 하이킥을 날렸다면, 이 시트콤의 인기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웃음을 잠시 포기한 시트콤의 선택은 시청자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위로를 받아 애청자가 되게 만들었다.
'완소남' 윤호는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그야말로 말썽쟁이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순수하고 멋진 남성이다. 윤호 외에도 풍파고 문제아 유미, 승현, 찬성도 단지 공부를 싫어할 뿐 그 내면은 순수한 인물들이다. 얼마 전 뉴스에 나온 것처럼, 현실에서는 일부 청소년들이 자신의 잠자리 해결을 위해 친구를 성상납의 도구로 사용하고, 왕따 학생을 구타하는 장면을 디카로 찍은 뒤 그것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잔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실과 비교할 때 <거침없이 하이킥>의 순수한 말썽쟁이들은 환상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비현실적인 인물들이다. 그래서인지 더 호감이 간다. 즉 정일우라는 배우에 대한 호감 이전에, 우리가 현실에서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는 인물을 TV속에서라도 만나서 갖게 된 호감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지난 1월 30일 방송된 58회에서는 직장에서 해고당한 신지와 준하의 하루를 보여준다. 우연히 공원에서 만난 두 사람은 시간을 같이 보내며 자장면을 먹고, 만화책을 읽고, 공원을 산책하는 백수·백조의 삶을 보낸다. 그러다가 누구 먼저랄 것도 없이 복직되어 즐거운 출근을 한다.
이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에는 놀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만화책방이나 공원의 거리 등이 나온다. 서울역만 가더라도 노숙자들의 수가 엄청나고, 취업이 안 되어서 취업 재수·삼수생의 숫자는 늘어가고 스스로 취업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생기는 상황이다.
그런데 거리에 방황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일종의 환상이다. 그렇기에 이 마지막 장면은 현실을 왜곡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아무도 이 장면에 대해서 불평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환상은 우리가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모두가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침없이 하이킥>은 지금 우리 옆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들과 장면들을 보여줘 우리가 마음속에서 바랐던 그것들을 다시 꺼내게 한다. 단순히 웃기 위해 TV를 틀었던 사람들은 <거침없이 하이킥>이 보여주는 환상의 세계를 통해서 다시 꿈을 꾸고, 희망을 되찾게 된다. 언젠가는 저 인물들과 저런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희망 말이다.
그렇게 시청자들은 <거침없이 하이킥>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눈물 한 두 방울 흘리며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러한 점 때문에 사람들은 <거침없이 하이킥>을 위해 매일 저녁 8시 20분에 TV앞에 앉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눈물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는 어느 매체보다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중의 매체라고 불린다. 그렇기에 이 대중의 매체는 나름의 미덕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그 첫 번째는 오락성이고 두 번째는 감동(공감대)이다. 그런데 요즘 대중의 매체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는 불륜, 재벌 2세, 그리고 왈가닥녀의 집합소이고 예능 프로그램은 수천만원의 몸값을 받는 진행자들이 나와서 특별한 일없이 시간을 채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거침없이 하이킥>은 TV의 두 가지 미덕을 잘 섞은 프로그램이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주는 웃음,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과 희망의 메시지가 전해주는 눈물이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처음 봤을 때는 멋진 외모 때문에 좋아했지만 보면 볼수록 사람이 진국이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는 어떤 이의 고백처럼, <거침없이 하이킥>의 시청자들은 처음에는 유쾌한 이야기 덕분에 시청을 하게 되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굳은 마음을 어루만져준 이 프로그램에 빠지게 된 것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눈물, 지금의 이 열풍을 만들어낸 또 하나의 인기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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