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얼만큼 남았을까? 딱 얼음이 남은 만큼 남은 것일까?김민수
아직 찬바람이 성성하지만 이미 봄꽃들이 피어난 지 오래니 어딘가에 또 봄을 맞이하고 있는 것들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 풀렸던 계곡에 얼음이 다시 등장하고 이제 꽃샘추위 막바지에 작은 겨울의 흔적을 남겨두었을 뿐입니다. 겨울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일 수도 있겠지요.
이번 꽃샘추위에 얼어터진 꽃들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꼬박 일년을 기다려야 다시 피어날 꽃들을 애도하면서 희망이라는 것이 단지 희망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했지요. 최선을 다해도 꺽이고 뽑히고 얼어붙어 꽃을 피우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구나 생각하니 우리네 사람들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최선을 다해도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밑바닥 삶을 강요당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칼바람을 동반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면장갑도 끼지 않은 채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폐휴지를 모우는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배웠든 못 배웠든 그런 분들에게도 봄날 같은 인생이 올 수 있다는 희망을 볼 수 있어야 할 터인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그것은 어림없는 일이겠지요. 때론 절망을 볼 수 있는 것도 희망인데, 그동안 너무 희망타령만 하면서 산 것은 아닌지 반성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