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산중턱에서 바라본 황롱 전경. 황롱 계곡 위에 자리잡은 설산의 눈은 만년설이다.모종혁
도교사원으로 바뀐 라마불교사찰 황롱사
마씨는 보기 힘든 슈에산량에서의 일출을 촬영까지 하는 우리가 행운아라고 했다. '글쎄, 위험을 무릅쓰고 일출을 찍겠다는 신념으로 새벽길을 나선 우리를 하늘이 어여삐 여겨서겠지….' 40여분 일출 장면을 찍은 우리는 다시 말을 몰아 황롱(黃龍)으로 내달렸다.
황롱은 1992년에 지우자이꺼우(九寨構)와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2000년에는 UN이 규정한 생물권보호구로 지정됐다.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자연풍광 중 하나다. 길고 깊은 계곡 속 티베트인들이 사는 아홉 채의 마을이라는 지우자이꺼우와 달리 황롱은 슈에바오띵 동북쪽 계곡에 집중되어 있다.
황룡 입구의 해발은 3160m, 정상인 우차이츠(五彩池)는 3560m로, 높낮이가 400m에 달한다. 입구에서 정상까지의 길이는 대략 15㎞로인데, 작년 9월에는 입구에서 중간까지 도달하는 케이블카가 건설됐다. 문명 이기로 고산병의 위험은 줄어들었지만 케이블카를 건설하기 위해 수많은 원시산림이 훼손된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황롱의 '사절'(四絶)은 흔히 만년설로 뒤덮힌 설산, 그림같은 절경이 자리잡은 협곡, 울창한 원시림, 다양한 빛깔의 연못 등을 가리킨다. 여기 큰 것은 두 개밖에 없지만 크고 작은 폭포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4년만에 다시 찾은 황롱의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내가 2000년 어머니와 함께 협곡을 오르던 나무다리도 변화가 없었다. 단지 관광객이 3~4배는 더 늘어난 점, 외국인들의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띄는 점이 달랐다. 내가 1997년 처음 황롱을 찾았을 때 그 곳을 찾는 한국인은 1년에 손가락 꼽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중국 관광명승지로 바뀐 것도 큰 변화다.
정상 부근인 우차이츠 앞에 서있는 사찰 황롱사에 도착하니, 또다른 미묘한 변화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명나라 때 세워져 400여년의 역사를 지닌 황롱사는 본래 5개의 전각과 18나한조상이 있던 불교 사찰이다. 본래 황롱사를 세운 것은 명 장수였지만, 오랫동안 황롱 일대가 티베트인들의 거주지였던 탓에 라마불교 사원으로 변했다. 헌데 지금 황롱사는 도교사원으로 바뀌어 있었다.